[2015 결산] 해양플랜트 늪에 빠진 조선
[2015 결산] 해양플랜트 늪에 빠진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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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현대중공업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올 한해 조선업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키워드는 '해양플랜트 부실'이다. 저유가 기조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줄고 잇따른 설계 변경 및 인도 지연은 조선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떠안게 만들었다. 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으로 조선소들이 몰려있는 울산과 거제는 지역경기까지 얼어붙었다.

해양플랜트 늪에 빠진 올해 조선업계는 '설상가상' 중국의 맹추격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내년에도 전망은 밝지 않아 흑자전환보다는 얼마나 적자 폭을 줄이느냐가 조선업계에 주어진 현 과제다.

◆ 조선 빅3, 한 해 성적표 '최악'

올해 국내 조선 빅3는 너나 할 것 없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의 영업손실은 약 7조3000억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4조5318억 원의 적자를 냈고 삼성중공업은 1조5318억 원, 현대중공업은 1조261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유가 폭락과 글로벌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사들이 일방적 계약 취소 및 설계 변경 등을 요구하자 조선사들은 맥없이 흔들리고 만 것이다. 조선사 입장에선 건조가 마무리된 플랜트의 계약이 취소되면 손실이 나더라도 매각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0월 노르웨이 프레드 올센 에너지는 현대중공업에 납기 지연을 이유로 시추선 건조 계약을 해지한다고 일방 통보했다. 삼성중공업도 공시를 통해 올 3분기 영업이익 846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지만 사흘 만에 1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정정한 바 있다. 시추업체 퍼시픽드릴링(PDC)이 드릴십 건조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 통보했기 때문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9월 노르웨이 시드릴로부터 반잠수식 시추선의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인도가 1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계약 해지로 약 2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중국의 맹추격, '속수무책' 한국

한국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 늪에 빠져있는 사이 중국이 맹추격하며 조선강국의 위상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18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다. 우리나라의 선박 수주량은 7만9834CGT로 수주량이 제로에 가까웠던 지난 2009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일본의 수주량도 5만CGT에 그쳤다. 반면, 중국은 146만CGT를 수주하며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의 80%를 육박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7~9월 월간 수주실적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준 뒤 10월에 1위 자리를 잠시 탈환했지만 다시 중국에 1위 자리를 뺏기게 됐다.

지난달 국가별 수주잔량에서도 중국(3964만CGT)은 한국(3112만CGT), 일본(2093만CGT)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특히 그동안 수주잔량에서 1~5위를 독차지 했던 국내 조선업체들 중 현대미포조선이 지난달 6위로 떨어지며 글로벌 '톱5' 체제가 깨졌다. 5위 자리에 상하이 와이가오차오(303만CGT)가 첫 진입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올해 경영난으로 국내 조선 빅5의 입지가 급격히 흔들려 중국에 추월당하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인력감축에 월급까지 반납 '고강도 구조조정'

결국 조선 빅3는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가정 먼저 칼을 빼든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3년 만에 과장급 이상 사무직 1000여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감축했다. 또 지난달에는 현대중공업 그룹 계열사 전 사장단이 급여 전액을 반납하고,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등 조선관련 계열사에서는 부서장까지도 급여의 10%를 반납하는 등 긴축경영체제를 선언했다. 대우조선도 올해 희망퇴직 등으로 부장급 이상 임원 규모를 1300여명에서 1000여명 수준으로 줄였다. 2019년까지 전체 직원 수를 현재 1만3000여명에서 1만여명 수준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상시 희망퇴직을 통해 인원을 줄이고 있다.

◆ 추가 손실 가능성…내년 전망도 '흐림'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침체된 조선업황은 내년에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017년까지 수주 물량이 남아 있는 해양플랜트에서 인도 지연 같은 손실이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15년도 조선·해운시황 및 2016년도 전망'에 따르면 내년 신조선 시장은 2009년 이후 최악의 시황이 예상된다.

내년 국내 조선 수주량은 전년대비 약 27% 감소한 800만CGT, 수주액은 약 29% 감소한 17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수주 잔량 역시 전년 말 대비 약 15% 감소한다. 건조량은 2013년 다량 수주의 영향으로 풍부한 수주 잔량이 있었지만, 해운시황의 불안으로 인한 인도지연 요청 등으로 전년대비 약 2% 감소한 1250만CGT 수준으로 예상된다. 해외경제연구소는 "저유가 기조 지속으로 에코쉽 투자의 위축, 해양플랜트 침체지속 등 상선과 해양의 동반 침체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팀장은 "유가의 정상화가 진행되면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며 "치밀한 프로젝트 관리,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를 통해 부가가치의 내재화 실현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플랜트 기자재의 적기 조달을 위한 국산화로 고부가가치 및 차별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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