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과 한국의 고민
미국 금리인상과 한국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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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예상했던 미국의 금리인상에 한국 금융시장은 아직 조용하다. 그러나 연말에 이루어진 미국의 금리인상은 내년 초 다시 추가인상 가능성도 있어서 내년도 한국의 통화정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7년 만에 제로금리 시대를 탈피한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어서 아직 장담하기 이르지만 전반적으로는 향후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내년 봄 이전에 추가 인상을 할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체로 내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정도의 추가 금리인상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럴 경우 한국은 미국과의 금리 차가 좁혀지며 여러 가지 어려움을 대비해야 할 처지가 된다는 걱정스러운 소리들이 들린다. 국제통화가 아닌 원화로서는 통화정책을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경우 자본유출 심화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미국과 같이 금리인상에 나서기에는 현재 한국의 경제 형편이 매우 나쁘다. 사상 최대수준으로 국제금융기구에서조차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나 내년 중 줄도산이 우려되는 한계기업들을 일시에 정리하며 사회적 충격을 끌어안을 능력도 없는 상태로 볼 때 섣부른 금리인상이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외면할 수 없다.

현재 한국은행은 내부적으로 금리동결 기조가 우세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기회복세가 견고해지지 않는 한 금리인상을 고려할 형편이 아니라는 시각인 듯하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기 상황에 따라 오히려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물론 이 경우 디플레이션 방어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내년도 거시경제 정책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은 국내 경기 형편상 금리를 인상 혹은 인하 어느 쪽으로 선택을 하더라도 위험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한은이 내놓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3.2%를 내년 초 인하할 가능성도 큰 만큼 경기 하방 리스크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장담하듯 자본유출입 변동성 관리를 잘 해나가고 있고 또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건전성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탄력적으로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이므로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있더라도 한국의 금리인상 압박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올해 신흥국의 기업 부도가 40% 늘어 6년 만에 최대 수준이라고 하고 그들 기업의 대부분은 아시아 기업들이라는 외신 보도를 보며 1997년의 악몽이 되살아난다는 게 걱정이다. 그 당시 동남아에서 벌어지던 외환위기의 도미노 현상을 보면서도 대한민국의 경제관료들은 꽤 태평했다는 기억을 필자는 갖고 있다. 물론 정치적인 선택으로 국가를 부도위기까지 몰고 가긴 했지만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들을 향해 우리는 그런 도미노 현상과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밝히곤 했었다.

이런 기억에 사로잡힌 게 필자와 같이 트라우마를 겪는 허약한 자들로 국한될 상황이면 좋겠다. 어떻든 한국은행이든 기획재정부든 대한민국을 국가부도위기로까지 몰았던 기억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어떻게든 조심스럽게 조율해나갈 것으로 믿는다.

문제는 정부의 경제 대책 전반이 종합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종종 의심이 든다는 데 있다. 요즘 정치판을 시끄럽게 만드는 경제관련 법안들을 봐도, 그 법안 통과 여부가 마치 내년도 일자리와 직결되는 듯이 목청을 높이는 언론보도를 봐도 고개만 갸우뚱해질 뿐이다.

한계기업 정리,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대표기업들조차 내년 경기전망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에 줄줄이 감원에 나서고 있다.

정규직들도 감원 태풍 앞에 오금이 저린 판인데 청년들을 대상으로는 아르바이트보다 단 몇푼 급여가 높아질 뿐인 비정규직 일자리 늘리면서 40~50대들은 냉정하게 쳐내고, 또 그러면서 정년 연장을 위한 급여 피크제를 도입하자 한다.

결국 가계 소득 총액으로 보자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줄어들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 정부가 디플레이션 방어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고 또 자꾸 소비하라고 부추긴다.

뭔가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여서 꼭 필요한 말을 하는 것 같은데도 섣불리 믿음이 가지 않는다. 금리 정책만이라도 그런 혼란스러운 바탕위에서 정해지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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