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IPO시장①] 공모규모가 작아야 매력적?
[꽁꽁 언 IPO시장①] 공모규모가 작아야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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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대부분 밴드 하단이거나 그 이하서 책정
"수요예측 부진에 100억下 공모규모 제시하기도"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 의료용 기기 제조업을 전문으로 하는 멕아이씨에스는 최근 진행한 IPO(기업공개)에서 공모시장이 한파를 맞고 있음에도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자신했다. 그 이유는 공모 규모가 다른 IPO기업들에 비해 월등히 작다는 점인데 실제 멕아이씨에스가 제시한 공모규모는 밴드가격 하단가 4500원 기준으로 24억7500억원이었다. 이는 올 들어 가장 작은 공모 규모로 이 회사는 오는 14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제조업과 바이오기업 모두 수요예측 부진으로 낮은 공모가가 형성되면서 상장 철회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초 공모규모를 낮게 잡으면서 투자 유치에 나서는 IPO(기업공개) 기업들이 있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IR큐더스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IPO를 진행한 기업들의 공모규모 현황을 살펴보면 멕아이씨에스가 24억원 가량의 가장 적은 금액의 자금이 조달됐으며, 다음으론 원자현미경(AFM) 나노 벤처기업인 파크시스템스가 최근 공모가가 밴드 하단인 9000원에서 결정돼 총 90억원의 자금이 모아졌다.

또 코넥스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려는 예스티는 공모가 밴드하단인 1만4500원에서 결정돼 155억원 가량의 자금이 조달됐으며, 아스콘과 레미콘 등을 생산하는 보광산업은 120억원에, 국내 원두커피시장에서 돋보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한국맥널티는 100억원의 자금이 모아졌다. 다만 보광산업과 한국맥널티는 각각 공모 희망밴드인 6000원~7000원, 1만500원~1만1500원보다 더 낮은 4000원, 8000원의 공모가가 형성됐다.

또 펩타이드 전문 기업인 씨트리도 지난 8~9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최종 공모가를 6500원으로 결정한 바 있는데, 현재 거래되고 있는 K-OTC 시세보다도 30~40% 낮은 수준이다. 이로써 씨트리는 당초 99억원 희망 자금에서 62억원의 자금을 조달받게 됐다.

이날까지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는 스마트폰용 Cover Glass 제조회사인 육일씨엔에스도 최근의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를 고려해 공모희망가 6000원~6700원 중 최저가액 기준인 42억의 공모규모를 제시했다. 당시 회사 측은 지난 7일 개최된 IPO서도 "당초 이보다 더 많은 자금이 조달받기를 원했으나 최근의 공모시장 여건을 생각해 이보다 절반 이상 낮은 가격을 제시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보다 더 높은 공모자금을 끌어들인 기업은 436억원의 자금을 조달받은 뉴트리바이오텍 등으로 극히 일부였다. 대부분 100억~200억원대이거나 혹은 100억원 미만의 자금이라도 조달받기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모습이었다. 쏟아지는 공모주 물량에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치 이하로 나온 데다 증시침체로 상장 이후 주가도 지지부진한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코스피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서울바이오시스도 모회사인 코스닥 발광다이오드(LED) 대장주 서울반도체의 영향으로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지만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로 지난 7일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서울바이오시스는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오기를 기대했지만 최근 공모시장 분위기를 생각하면 다소 물량이 부담스러운데다 또 이를 감당해 낼 기관 투자자들이 많지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상황은 올해 상반기와 비교해 봐도 상대적으로 낮은 공모 규모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1월 중순만 해도 연우는 606억원, 나무가는 324억원, 유앤아이는 450억원, 아이진은 200억원, 케어젠은 1782억원, 네오오트는 185억원 등 바이오와 제조업 할 것 없이 최소 100억원 후반에서 많게는 2000억원의 자금이 조달됐다. 올해 코스닥시장의 대어(大漁)로 꼽히는 더블유게임즈는 2777억원의 자금을 획득했다.

또 이는 지난해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말 IPO기업의 공모자금 현황을 보면 국일신동(51억원), 영백씨엠(37억원), 하이셈(65억원), 서전기전(78억원), 오킨스전자(130억원) 등 현재와 비슷한 규모의 공모자금이 조달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는 최근 4년간 가장 많은 공모 규모를 했으나 제일모직과 삼성SDS가 상장하면서 발생한 착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SDS가 각각 1조원이 넘는 물량을 모집하면서 이후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돼 시장의 외면을 받은 영향 탓도 있었다.

이러한 한파 분위기 속에서도 최근 무난히 수요예측을 넘긴 일부 IPO기업들은 오히려 가격메리트가 더 커져 공모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이날까지 공모주 청약을 진행키로 한 씨트리 관계자는 "지난 7월 펩타이드 관련 유사기업이 공모희망가 밴드의 상단을 넘어선 가격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는 점에서도 씨트리의 가격 메리트를 확인할 수 있다"며 "따라서 예상치 못한 공모시장 급랭의 후폭풍에도 씨트리는 예정대로 상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실제 멕아이씨에스는 공모시장의 악화 속에서도 청약경쟁률 174.29대 1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회사 측은 "아직 매출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 그리고 최근 공모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은 점 등 여러 가지가 반영돼 공모가가 낮게 확정됐다"며 "하지만 이러한 낮은 공모가가 일반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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