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길 수만 없는 코스닥社 中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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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하이디스는 휴대폰 화면으로 사용되는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제조업체로,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부도난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의 계열사였다. 현대전자가 분리 매각하는 과정에서 당시 하이디스는 중국 비오이(BOE)그룹에 인수됐는데, 이도 얼마 못 가 4년 만에 부도처리 됐다. 하지만 BOE는 현재 세계 3위 LCD 업체로 성장했다.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BOE가 '기술공유'라는 명분을 앞세워 하이디스의 기술력과 인력을 빼내갔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 검찰 수사 결과 BOE가 빼내간 하이디스 기술 자료는 4331건에 이르렀다. 당시 정부가 하이디스를 중국 자본에 넘기지 않았더라면 하이디스도 현재의 SK하이닉스처럼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을 수 있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하이디스 사례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동부제철과 팬택,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산업을 이끌던 주요 업체들의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즉각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최근에는 한국의 미디어산업에도 중국 자본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송 중인 JTBC '히든싱어'와 유사 프로그램이 중국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었다. 한국에선 이를 표절이라고 정식으로 문제 삼았지만 중국의 해당 방송사는 표절을 부인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중국 자본은 한국 상장사 25곳, 비상장사 7곳 등 총 32곳에 2조9606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게임·인터넷(6곳), 엔터테인먼트(5곳), IT(4곳), 유통(3곳), 의료·바이오(2곳), 의류·패션(2곳) 등의 순으로 투자가 많았다. 비단 IT와 반도체 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에까지 중국 자본이 손을 뻗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전일 개최된 코스닥 상장사 '초록뱀미디어'의 기업설명회는 여러 모로 아쉬움이 컸다. 초록뱀미디어는 지난달 홍콩 DMG그룹으로부터 자금 250억원을 조달받으면서 DMG그룹이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자 주가는 지난 한달간 90% 가까이 오르기도 했었다. 초록뱀미디어는 '프로듀사', '올인', 주몽'은 물론 SBS 예능 프로그램 'K팝스타'까지 제작한 국내 굴지의 컨텐츠 제작회사다.

회사는 '어떻게 홍콩 기업과 사업 시너지를 낼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도 '중국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 소액주주의 질문에도 단순히 '열심히 하겠다'라는 성의없는 답변 뿐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스닥 예비상장 기업들은 '중국 진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중국 = 성장'이라는 판에 박힌 공식 때문에 중국 관련주들의 주가는 과도할 정도로 급등세를 이어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하이디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차이나머니가 곧 기업가치 제고라는 판단은 성급할 수 있다. 성장잠재력이 충분한 기업들로서는 오히려 중국 자본이 족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역시 '돈잔치'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중국 자본의 성격과 사업 시너지 등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경각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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