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터넷전문은행의 '장밋빛' 청사진
[기자수첩] 인터넷전문은행의 '장밋빛'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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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 빅데이터 혁신, 중금리대출 활성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선정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내미는 청사진은 말 그대로 휘황찬란하다. 금융당국이 그토록 염원하던 '핀테크 강국'으로서의 미래가 이미 눈앞에 다가온 것 같은 착시효과를 줄 정도다.

금융권 안팎으로는 이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 금융산업에 얼마나 큰 파괴력을 줄지 가늠하려는 눈치 작전이 치열하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은 메가톤급 폭풍으로 비유되며 출범도 하기 전부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폭풍이 금융권의 고인 물을 씻어낼 '메기'가 될지, 예상 경로를 이탈한 채 자연소멸하게 될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같은 의문이 나오는 배경은 우선 '빅데이터 활용'의 현실성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참여사를 통해 질적·양적 측면에서 유의미한 고객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용평가모델을 만들어 중금리대출을 실시하겠다는 사업모델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인이 각각 다른 회사의 고객정보를 모으려면 해당 고객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맹점이다. 가뜩이나 개인정보유출에 민감한 요즘 분위기에서는 첫걸음부터 쉽지 않은 숙제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고객들이 어렵게 정보 공유를 동의해줬다 한들 이 평가 모형이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예비인가에서 고배를 마신 아이뱅크 컨소시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실제 빅데이터 모형을 통해 우량고객과 고위험고객군 구분을 선행해본 경험이 없다. 내년 하반기 출범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 은행으로서는 앞으로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 모델을 시스템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시스템 성공 여부, 즉 부실률을 파악하려면 몇년의 기다림을 거쳐야 한다.

사업 과정에서 참여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 결국 빅데이터도 어떤 면에선 개별 기업의 경영 기밀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잘돼서 기존 금융권에 혁신을 일으키려고 생각한 분들이 참여한 만큼, 주주간의 갈등도 없다"고 단언했지만, 다소 낙관적인 발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모두의 대의'를 위해 참여사들이 힘을 합치는 것은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만 하다. 하지만 그것이 자사의 이익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남의 대의'가 돼버린다면, 그 상황에서 한배에 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내어줄 기업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이 공개한 사업계획 살펴보면, 해외 업체들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연구한 흔적이 역력하다. 각각 '메신저(카카오톡)'와 'ATM(편의점·공중전화)'이라는 접근성도 갖췄고, 사용자 편의를 위한 혁신적 ICT 기술도 즐비하다.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들도 그에 준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신한은행이 비대면 실명확인을 활용해 무인점포 '디지털 키오스크', 모바일뱅킹 '써니뱅크'를 내놨고, 하나은행도 조만간 국내시장에 '원큐뱅킹'을 내놓는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이 한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은행의 전통적인 수익원인 대출 시스템이 경쟁력 있게 버텨줘야 한다. 신용평가모델이 불완전할 경우 부실률은 높아지고, 인터넷전문은행이 노리는 '중금리대출'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해진다. 이는 당초 은행권 일각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에 회의감을 드러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이같은 우려를 한때의 기우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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