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팽창기에서 물가안정, 경제위기의 전조"
"신용팽창기에서 물가안정, 경제위기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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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금융연구원 주최 정책심포지엄
"신용총량 조절, 금리인상 시그널 필요"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1930년대 대공황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요 경제위기 배경에는 상당 기간의 신용 팽창에도 물가만을 고려한 통화정책이 일조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시작되는 글로벌 통화 긴축 시점과 맞물려 한국은행이 신용 총량 조절에 적극 개입하는 한편, 향후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시그널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일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한국 경제의 정책 과제' 정책 심포지엄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등의 배경에는 크레딧 붐이 자리잡고 있다"며 "당시 물가가 안정되다보니 중앙은행이 위험요인의 증식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교정의 명분을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은행 대출 중심의 과잉투자가 나타났고, 이것이 국제수지 악화와 외환 고갈로 이어지면서 신용 팽창이 나타났다. 1990~1994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0%였으나,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1997년에는 평균 4.5%에 그쳤다.

박 위원은 "당시 경기 과열과 함께 물가가 상승했다면 정책 대응에 나서 위기가 발생하지 않거나 그 충격이 적었을 것"이라며 "물가 안정기에 발생한 위기의 싹을 인지하지 못한 게 당시의 외환위기"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도 정책금리 인하가 시작된 1981년 1월부터 금리 인상 직전인 1989년 4월까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0.9%에 불과했다. 1981년~1985년 평균(2.76%)에 비해 대폭 안정된 수치다. 미국은 금리 인하가 시작된 2001년 1월부터 2004년까지의 평균 물가는 2.56% 상승해 직전 5개년 평균(2.5%)과 유사했다.

특히 그는 우리 경제가 지난 2003년을 저점으로 신용 주기가 팽창 국면에 있다고 분석하고,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시작되는 글로벌 통화 긴축에 맞물려 한국은행이 신용 총량 조절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한국은행은 물가와 경기 만이 아니라 신용 조절에 나서야 한다"며 "현재 한은법으로는 물가안정돼 있는 상태에서는 행정부와 경제정책 방향을 사실상 달리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 한은법은 "물가안정을 저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금 은행 이외의 금융기관에 대한 한은의 법적 조절 장치가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박 위원은 "한은법에 명시된 금융기관은 주로 예금은행이나 농협·신협의 신용사업 등에 그쳐 전체 신용 중 49%에 그친다"며 "여신금융기관 등 비은행에 대해서도 한은이 총량 조절을 위한 금융감독원에 공동 검사와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미국 금리 인상 시점에 맞춰 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금리 인상) 스케줄을 천명해야 한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수준의 언급을 넘어 어떤 기준으로 올려 나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과 인상 기준, 판단 이유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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