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스마트폰 시장, 위기를 기회로
[전문가기고] 스마트폰 시장, 위기를 기회로
  •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
  • kmda1114@naver.com
  • 승인 2015.11.27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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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천 KMDA 이사 (사진=KMDA)

시장조사기관 IDC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21.7%)였다. 애플은 12.1%로 2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누구일까. 애플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역시 애플이다.

가트너 및 HMC투자증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의 스마트폰 시장은 그야말로 '애플천하'였다. 애플은 시장점유율 51.4%를 기록했다. 일본 제조사 소니(15.6%), 샤프(10.3%), 후지쯔(6.8%)가 뒤를 이었지만 합산 점유율은 32.7%에 불과했다. 게다가 5위는 삼성(3.7%)이었다.

지난 2013년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이같은 추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당시 일본 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아이폰이 58.7%, 삼성이 4.7%를 기록해 외국 업체가 일본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일본은 1999년 이메일 서비스, 2000년 카메라폰, 2001년 3G 네트워크, 2002년 음악 다운로드, 2004년 전자결제, 2005년 디지털 서비스 등 시대에 앞서 휴대전화 기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진화'는 오히려 국제시장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았다. 다윈이 갈라파고스 섬에서 본래 종과 다르게 진화한 생물을 발견한 것처럼, 일본이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 '갈라파고스'가 된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 전 일본 내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이 일본 제품이었다. 시대를 앞서 간 기술들이 적용된, 즉 일본에 적합한 '갈라파고스 휴대폰'이 인기를 견인한 것.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며 해외 기업에게 단번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말았다. 아이폰의 등장이었다. 아이폰은 단숨에 갈라파고스 섬을 점령했다.

2014년 말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33%로 삼성에 이은 2위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발매 이후 전달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는 것이다. 같은 달 삼성의 점유율은 60%였으며, LG전자의 점유율은 30%에서 15%로 급감했다.

'아이폰6S'가 발매된 최근의 추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10월 4주 주간 스마트폰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이동통신 3사의 아이폰6S 모델이 나란히 1~3위에 올랐으며 아이폰 6S 플러스 64GB 모델도 각각 7, 8위와 10위를 기록했다. 아이폰 6S 시리즈 가운데 6종이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 10위권을 휩쓴 것이다. 이 밖에 삼성 '갤럭시노트5' 32GB 모델이 4~6위, '갤럭시 그랜드맥스'이 9위를 기록했다. LG전자의 'V10'은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애플 스마트폰의 약진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에게도 위기다. 지난 9월 미래부는 소비자 10명 중 3명이 '20% 요금할인'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선 휴대폰 매장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아이폰에 한해선 20%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90%에 육박한다. 이동통신 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을 더해 산정하는 '공시지원금'과 달리, 20% 요금할인은 고스란히 이동통신사의 부담이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반가울 것이 없다.

국내 제조사의 스마트폰 출고가는 계속 내려가는 가운데, 애플은 아이폰의 출고가를 더 올렸다. 그런데도 살 사람은 줄을 잇는다. 애플은 두터운 팬심과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을 출시할 때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크게 요동친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파괴력을 갖춘 브랜드와 단말기가 존재하는가?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다.

갈라파고스로 비유했던 일본 시장은 애플에게 점령당했다. 소비자들이 자국 제조사가 아닌 애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제조사들은 사업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 삼성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LG전자,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팬택, 루나를 탄생시킨 삼보는 어떨까?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이미 애플에게 밀려버렸다.

위기는 기회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애플은 앞으로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큰 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기회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이제부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유통인, 그리고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사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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