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단지성을 막는 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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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진형기자] 최근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 체험과 소통, 정보공유를 통한 혁신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조직문화는 상반된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른바 '집단지성'을 강조하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지만, 자국 또는 자사 제품을 쓰는 것을 애사(愛社)심으로 여기는 분위기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폰이 출시된 지난달 23일 모 통신사 대리점에서 만난 A씨. 그는 국내 전자기업에 근무했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국산제품만 줄곧 사용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그가 선택한 제품은 애플 제품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안드로이드와는 다른 iOS(아이폰)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비단 일부 소비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스마트폰 업계에서도 직원들이  자사 및 계열사 기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에 자사 제품과 외국산 'Two폰'을 쓰는 직원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 회사의 눈치를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사내 분위기는 자칫 직원들의 다양성을 말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업종의 경우 다양한 경험에서 오는 아이디어와 혁신은 필수다.

하지만 자사 제품의 사용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직원들은 경쟁 제품의 장·단점 조차 파악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더욱이 갈수록 스마트해지는 소비자들은 동일한 범주의 제품일지라도 미세한 차이를 쉽게 확인해 비교우위에 있는 제품을 고른다. 전자기기의 경우 주로 △디자인 △기능 △가격 △사회적 인지도 등이 비교 항목에 속할 것이다. 결국 좀더 많은 사용자들의 편의성과 다양성을 존중한 제품만이 1등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집단지성의 힘은 필수다. 제품 간의 비교를 통해 얻은 양질의 아이디어가 사내 커뮤니티에 제안되고, 이것에 집단지성이 더해져 살을 붙이면 획기적인 제품 탄생의 주춧돌이 되는 것이다. 소수에 국한된 제품기획 및 개발 관련 부서의 아이디어로는 혁신적 제품이 나올리 만무하다. 

물론 수만명에 달하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자사 직원들이 경쟁사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달가울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혁신을 강요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경험을 제약하는 일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일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국내기업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는 혁신은 직원 개개인의 다양성과 새로운 경험이 기반이 되고, 애사심 역시 이같은 조직문화가 담보되면 자연스레 뒤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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