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지성을 흔드는 IS
인류의 지성을 흔드는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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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히틀러 이후 유럽의 지성이 다시 침묵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자국 내에서 여러 건의 폭탄테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프랑스는 테러발생 이틀 후인 15일부터 즉각적인 보복공격을 시작, 연일 IS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동시에 시리아 난민 수용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 정부는 태도를 바꿔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방침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사국인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내 이웃나라들 역시 난민 수용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부진으로 고전하는 마당에 물밀 듯이 밀려드는 난민문제를 외면하기 어려워 고민하던 유럽 여러 나라들이 프랑스 내의 연쇄 폭탄테러를 계기로 폐쇄적인 입장으로의 선회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난민으로 들어와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자살폭탄 테러범, 멀쩡한 이웃으로 지내던 프랑스 정착 2, 3세대의 테러 가담 등 드러난 현상은 이미 프랑스 내의 집단지성을 후퇴시킬 위험을 높였고 언론은 그런 불안정한 여론에 동조하고 나선 상황이다. 게다가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그런 동요하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충격과 경악으로 물든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면서 프랑스의 지성인들조차 섣불리 입을 열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하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의 기간을 지금의 3개월에서 더 길게 연장하기 위한 개헌 논의가 이루어지면 반대 의견들이 나타나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프랑스 사회가 온전한 이성적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물론 프랑스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실업난으로 힘겨운 저소득층에서부터 이미 형성되기 시작한 반 이슬람 정서가 IS의 테러를 빌미 삼아 더욱 확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히틀러시대를 경험하며 집단주의의 광기를 경험한 유럽은 2차 대전 이후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회적 관용을 확대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꾸준히 노력해온 유럽의 집단지성은 유럽연합을 탄생시키며 평화로운 공존의 시대를 향해 전진해왔으나 이제 IS의 공격 앞에 그 발걸음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미 자국 비행기가 IS에 의해 격추된 러시아가 그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온 시리아 내 온건 반군을 향한 공격에서 벗어나 IS 공격에 공조하기 시작했고 자국민의 처형에 분노한 중국 역시 이를 계기로 IS에 대한 공격에 나설 명분을 얻었다. 특히 중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민족 저항세력인 위구르인들과 IS의 연계를 의심하고 있는 중국 정부로서는 IS의 존재를 근절시켜야 할 절박한 이유도 갖고 있다.

거의 홀로 IS와 싸우다시피 했던 미국은 이처럼 세계 도처에서 반 IS전선이 확대됨으로써 한결 짐을 덜게 됐고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에 대해 그간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한국 역시 정부가 국내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흔적을 밝혀가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서 머잖아 반 IS 전선에 합류하려는 준비운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뒤숭숭한 역사교과서 문제 등 집권 여당에 불리한 현안들을 타개하고 국내 정치적인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계산도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동조 요구에 언제든지 응하기 위한 준비의 측면을 간과할 수는 없을 듯하다.

프랑스처럼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상적 지평을 넓혀왔던 사회에서조차 IS의 연쇄테러 앞에 지성들이 섣불리 입을 열기 어려운 마당이니 남북분단으로 인해 반정부는 쉽사리 종북으로 몰리는 한국의 사회분위기는 더 경색될 위험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아직 IS의 직접 표적이 되지 않은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남의 불행을 보고 나의 안전에 안도하는 것이 매우 비열한 짓이기는 하지만 사상적 유연성이 자리 잡기 힘든 사회 분위기에 폭탄테러라도 발생할 경우 얼마나 숨 막히는 사회가 될지 겪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런 비겁한 변명이야말로 어쩌면 IS가 세상에 던지는 폭탄보다 더 무서운 마법의 무기일 수도 있겠다. 인류가 간신히 쌓아 올려가는 지성의 성취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집단적 공포라는 무기, 그것이 지금 인류의 이성을 다시 시험하려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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