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복되는 시내면세점 공정성 논란
[기자수첩] 반복되는 시내면세점 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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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올해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군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공정성 논란이 이번에도 재현될 조짐이다. 관세청이 '공정성을 위해'라는 명목으로 제시한 평가방식이 '밀실심사'라는 결론으로 도출되면서다.

관세청은 심사과정에 있어 '평가기준표'만을 유일하게 공개했다. 평가기준표는 총 1000점으로 크게 5가지 범주 총 33개의 세부항목을 갖고 있다.

각 항목의 최고점수는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 300점(세부항목 10개) △운영인의 경영능력 250점(5개)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 150점(5개) △중소기업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 150점(5개)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 150점(8개) 등이다.

문제는 5개 범주의 최고점수는 정해져 있지만 33개 세부항목에 대한 점수는 분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각 심사위원별로 평가한 점수의 근거가 다를뿐더러 심한 편차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면세점 특허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도 서술돼 있다. 더욱이 해당 평가기준 자체가 어떠한 법률이나 행정규칙에도 정리돼 있지 않고 관세청의 재량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는 상황도 공정성을 침해하는 부분이다.

심사는 1박2일간 합숙심사로 실시된다. 15명의 심사위원은 첫째날 서류심사를, 둘째날에는 면접(발표 및 질의응답)심사를 진행한다. 앞서 지적된 문제점이 여기서도 등장한다. 서류·면접 심사에 대한 평가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총점 1000점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서류든 면접이든 어느 한쪽에서 당락이 결정될 리 만무하다. 그러나 업계는 왜 발표 및 질의응답에서 당락이 결정된다고 확신하듯 입을 모으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더군다나 면접심사에서 어떤 질문이 오가는지는 심사위원과 발표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다.

실제로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이사와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은 ‘1차 시내면세점 심사’를 통해 발표와 질의응답을 앞서 경험했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상답안을 준비하는데 있어 동현수 두산 사장보다 훨씬 더 유리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심사위원 선정 방식도 논란거리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 7월1일 특허심사위원 10~15인을 관세청장이 직접 선임할 수 있도록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를 개정했다. 이전에는 임기 2년의 심사위원 집단 50명을 위촉하고 그 안에서 심사위원을 선임하는 방식이었다.

관세청장이 직접 심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은 심사결과 역시 관세청장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사가 끝난 후에도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15명의 심사위원이 어떤 성향을 띈 인물들로 구성됐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평가점수 무기명 공개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소한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특정 심사위원이 특정업체에게 최고점과 최저점을 어떻게 평가했는지가 공개돼야 한다.

이같은 관세청의 '밀실심사'는 지난 7월 진행된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에서도 지적된 문제다. 국회 또한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심사방식에 대해 끈질기게 추궁했지만 결국 누가 심사를 했는지, 어떻게 평가했는지 관세청은 끝내 답변을 거부했다.

심사결과에 대한 보안유지와 공정성을 위해 관세청이 선택한 '비공개'가 결국 '밀실' 논란으로 귀결된 셈이다. 밀실 속에서 진행된 심사는 당사자들만이 알 뿐이며, 설령 부정과 비리가 존재하더라도 스스로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외부에서 알 길이 없다. 관세청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밀실심사 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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