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펀드 막차 탈까?…2년 성적표는 "글쎄"
재형저축펀드 막차 탈까?…2년 성적표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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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가입기간·가입자격 제한 등으로 결국 '찬밥'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지난 1970~80년 서민 중산층의 재산 형성 수단이었던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이후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때 다시 도입돼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연간 급여 5천만원 이하의 직장인 등으로 대상을 제한한 데다, 7년 동안 유지해야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까다로운 조건 탓에 인기는 급속도로 식었다.

다만 최근 연말 소득공제 혜택을 노리기 위해 재형저축펀드 막차를 타려는 투자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 상품은 정부가 중산층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해 도입한 절세 금융상품으로, 올해가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올 연말 판매가 종료되는 재형저축·펀드에 대한 그간의 성과와 운용업계의 평가를 들어봤다.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재형저축펀드는 2013년 출시 당시만 해도 1300억원의 자금이 들왔지만 이후 2014년엔 729억원, 올해 최근까지는 474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 2년간 평균 8%의 수익률을 기록해 다소 양호한 성적을 냈지만, 올 들어선 평균 0.55% 수익률을 내 시중금리 만도 못한 민망한 성적을 보이기도 했다.

자금은 한국밸류10년투자재형(채혼)에 679억원, KB재형밸류포커스30자(채혼)에 124억원으로 대부분 이 두 펀드에 쏠렸지만, 설정 후 가장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곳은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재형자 1(주식)이 46.8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재형차이나본토자 1[주식]은 43.1%, 동양재형차이나본토주식자H호(주식)은 31.76%로 각각의 수익률을 내 나름 좋은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펀드였다.

반면 KB재형이머징국공채인컴자(채권)이 -22.45로 가장 저조했으며, 이어 키움재형글로벌CTA자[주혼-파생]도 -10.45%, 동양재형모아드림삼성그룹50자1호(채혼)이 -4.5%, 한국투자재형글로벌분산투자자(채권-재간접)이 -5.04%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재형저축은 가입 직전 과세기간의 총 급여액이 5천만원 이하거나 종합소득금액이 3500만원 이하인 경우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이자ㆍ배당소득에 대해 농어촌특별세 1.4%만 부과한다. 가입기간은 7년 이상이고 만기 시엔 1회에 한해 3년 연장이 가능하다. 분기당 300만원 한도까지 저축한다고 하면, 최대 10년간 1억2000만원의 원금에 대한 절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당시 금융회사들은 2%대로 떨어진 시중은행의 예·적금 대신 3~4%대 금리를 3~7년간 보장한다며 주로 3~40대 고객 대상으로 공략해왔다. 이에 출시 첫날부터 29만건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등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3년간 최대 4%대의 고정 금리를 보장했지만 이후에는 매년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데다, 당시 예·적금 금리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간 급여가 5천만원 이하 직장인 등으로 대상자를 제한한 데다, 7년 동안이나 유지해야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여유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목돈이 필요해져 중도해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며 기존에 적용했던 우대금리 대신 2%대의 낮은 이율을 적용받는 단점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 추가적인 세제혜택 부여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개선의 목소리를 높히자 국내은행들은 2013년 7월 기존 상품의 약점을 보완해 7년 고정금리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기의 가입열풍을 재현시키지는 못했다.

은행 입장에서 고금리 수신상품은 순이자마진을 축소시켜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적극적인 마케팅 유인이 적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고객의 경우에도 금리가 여전히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높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어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매력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재형저축과 관련된 펀드들도 4개의 상품만 제외하고 대부분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펀드로 전락하는 등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됐다.

한 대형운용사 관계자는 "재형저축의 경우 가입자격을 총급여 5천만원 이하로 제한함에 따라 세제혜택상품 수요가 있는 일부 30대 중후반 근로자가 가입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재산형성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연령대로의 가입자격이 확대됐다면 당초 당국의 취지에 더욱 부합하고 가입도 확대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가입대상이 한정된 부분이 재형펀드가 크게 성장하는데 발목을 잡은 데다, 이들은 7년이나 장기 투자상품에 추가로 불입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또 세제혜택도 이자소득 혹은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서민층들은 실질적으로 크게 혜택을 받는다고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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