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매각 의혹 규명 '머나먼 길' 

급물살을 타는 듯하던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법원의 주요인물에 대한 체포 및 구속영장 기각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려 진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번에 제동이 걸린 것이 검찰이 상대적으로 자심감을 보였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돼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건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규명하는 데는 더 큰 애로가 따를 것임을 예견케 하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법 민병훈 영장전담부장판사는 3일 외환카드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엘리스 쇼트 론스타 본사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법률담당 이사 등 외환은행 사외이사 2명의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또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구속여장도 기각했다.
다만, 탈세등의 혐의로 이미 체포 영장이 발부돼 있고 미국에 법죄인 인도 청구가 돼 있는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체포영장만 재발부했다.
 
법원의 체포 영장 기각으로 론스타 미국 본사 경영진을 겨냥한 검찰의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수사는 시작부터 험로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범죄인 인도 요구등을 거쳐야 하는등 그렇찮아도 신병확보가 쉽지 않을 판에 영장 발부단계에서부터 발목을 잡힌 검찰이 어떤 돌파구를 모색할지 주목된다.
검찰의 영장발부를 계기로 일반 국민들의 론스타에 대한 정서적 이해도는 이미 범법자로 각인된 상황이어서 특히 그렇다    
 
민 부장판사는 이날 "범행의 죄질, 피해 정도와 관련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며, 이들이 출석에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에 불응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체포에 대한 소명도 뚜렷하지 않다"고 체포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그는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서도 "피의자를 구금해 조사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며 범죄의 죄질, 피해의 정도, 피해자의 가담 정도에 대해 조금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증거인멸과 관련해서 관련자들이 출석을 잘 안 하고 이메일을 안 보내오고 있더라도 유 대표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사전구속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민 부장판사는 또 "유 대표는 그 동안 검찰의 소환에 모두 응해왔고 가족들이 외국에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정만으로 도주 우려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한마디로 코미디다"라며 영장 기각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이번 영장 기각으로 쇼트 부회장 등 외환은행 사외이사 3명의 신병 확보가 힘들어져 수사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법원과 검찰의 갈등 또한 우려된다.
 
남지연 기자 lamanua@seoul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