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제
전쟁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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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인류사의 기록은 대체로 왕들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전쟁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 흥망이 결국 전쟁으로 시작되고 전쟁으로 매듭지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과물인 셈이다.

전 세계가 한꺼번에 드잡이하는 큰 전쟁은 2차 대전 이후 70년간 벌어지지 않아 인류사 전체로 볼 때는 꽤나 평화로운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70년 사이에도 강대국들간의 냉전체제에 약소국들까지 어쩔 수없이 줄서기를 해야 했고 국지적으로는 여전히 총알이 날아다니고 포연이 자욱한 열전들이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쉼 없이 벌어지고 있다.

중동에서는 종교가 명분이라면 아프리카에서는 종족갈등을 이용한 권력싸움이 비참한 내전으로 화했고 그 틈바구니에서 강대국들은 고부간 싸움 말리는 척하는 시누이마냥 겉으로는 중재라고 말하고 안으로는 서로 재래식 무기 밀어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

이념이 됐든 종교가 됐든 또 다른 무엇이 됐든 전쟁의 명분으로 내거는 기치는 다양해 보이지만 결국은 경제적 이권을 차지하려는 강대국 논리와 손잡은 지도자들의 탐욕이 바탕에 깔려있고 그 와중에 죽어나가느니 힘없는 민중들뿐이다. 그 중에도 어린아이들과 여성들의 삶은 그 어느 것에 비할 바 없이 비참하기 그지없다.

그러느라 펑펑 솟아나는 오일 머니로 부강해질 법도 한 중동지역은 여전히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내전이 그치지 않는 아프리카에서는 다이아몬드 광산이 중동의 오일광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어린 아이들을 값싸게 쓰며 캐낸 다이아몬드들이 서방국가에서 비싸게 팔리면 그 자금으로 전쟁무기를 사들여 일명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불리기도 하는 아프리카. 연이은 가뭄으로 가뜩이나 삶이 힘겨운 아프리카 민중들은 그렇게 구입된 무기들로 끊임없이 치러지는 내전 탓에 더더욱 비참한 삶에 내몰리고 있다.

어쩌자고 제 나라를 저리도 결딴낼 수 있는지 평범한 인간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렵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역사에서도 뼈아프게 경험한 일인지라 그저 남의 일이라고만 넘겨버리기에는 안타까움이 더 크다.

어느 땅이든 일단 전쟁이 일어나는 땅은 무고한 인명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적 파탄 또한 면하기 어렵다. 그 틈에 돈을 버는 것은 싸움을 부추기는 나라들이거나 이웃한 나라들이다.

우리가 겪었던 전쟁들 또한 그렇다. 400여 년 전의 임진왜란으로 우리는 무수한 인명손실도 입었지만 농토의 80%가 유실돼 심각한 식량부족으로 아사자가 속출했다고 하며 훗날 세계의 도자기 시장에서 전혀 명함을 내밀 수 없도록 수많은 도공들도 잃었다. 양반들의 나라 조선왕조에서 왕의 피난길에 하찮은 도공의 목숨까지 챙길 생각 따위는 아예 들어설 여지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16세기부터 기울어지기 시작한 이씨 왕조의 조선은 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자학의 이념화가 급격히 심화되면서 그만큼 생산 활동을 억압하는 역사적 역류를 경험하며 쇠퇴해갔다. 그래도 17세기까지 조선의 처지는 당시의 국제적 수준으로 보자면 적어도 중진국 이상의 문명수준을 보였다지만 남들이 산업혁명이니 신대륙발견이니 하며 전 세계로 뻗어나갈 때 내부에서 예의가 어쩌고 하는 신선노름으로 날을 지새웠고 결국 문명의 지혜를 나눠주던 일본에 식민 지배를 당하는 치욕의 역사를 경험했다.

일제 식민지 기간 동안의 참담한 수탈을 겪고 국토 외에는 남은 게 없다시피 된 상태로 맞은 광복, 그리고 식민 지배를 벗어난 다른 나라들이 흔히 겪듯 극심한 사회 내부의 갈등을 겪었다. 더욱이 남과 북으로 쪼개진 분단 상황이 갈등을 더 심화시켰고 6.25 전쟁은 이념적 경직성을 낳았다. 숱한 피를 흘리고 혈연들이 갈가리 찟겨나간 채 통일로 이어지지 못한 민족 내부의 전쟁은 결국 심각한 사회적 트라우마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피 흘리던 기간에 일본은 그 전쟁을 발판으로 2차 대전 패망으로 초토화됐던 경제를 되살려낼 수 있었고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나눴던 미국과 러시아는 또 그들대로 전쟁에 한발 담그며 세계를 양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피해를 본 것은 오로지 이 땅에 사는 한민족뿐이었다. 침략을 한 쪽이건 당한 쪽이건 손에 쥔 것 없이 갈라진 채 초토화된 사회만 남은 것이다.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 나면 안 된다는 그런 경험을 하고도 여전히 무력으로 통일을 하겠다고 꿈꾸는 이들은 있다. 그게 그저 장삼이사들의 몽상으로만 그치지 않고 일부나마 지도층들의 머릿속에 그런 욕망의 찌꺼기가 남아 있을까봐 늘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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