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분을 위한 150시간…H&M-발망 노숙행렬 '화제'
[르포] 10분을 위한 150시간…H&M-발망 노숙행렬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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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일주일 전부터 대기자 줄이어…자체규칙까지 등장

▲ H&M-발망 컬렉션을 사기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 (사진=김태희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7도의 쌀쌀한 가을 날씨, 북적이던 거리가 한산해지고 노점상들까지도 다 자리를 비운 그곳에 때 아닌 노숙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 3일 자정을 기준으로 이미 선착순은 100명을 넘어섰다. H&M과 발망의 콜라보레이션 한정판을 사기위한 기다림이었다.

A씨는 검은색 다운패딩코트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마스크까지 하고 있었다. 체크무늬 무릎담요는 필수다. 그는 지난달 30일부터 H&M 명동 눈스퀘어에서 노숙행렬의 시작을 끊은 장본인이다.

선착순 1번의 A씨는 스스로 H&M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표현했다. H&M이 진행한 컬렉션에 매년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발망 컬렉션이라기 보단 H&M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기자들은 노숙행렬의 이유로 '발망'을 꼽았다. 기본 수백만원에서 코트의 경우 천만원 단위를 넘는 명품을 3만원~60만원대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일까지만 해도 대기행렬은 명동 눈스퀘어 일대를 둘러싸고 있었다. 하지만 대기자가 100명을 넘긴 지금 줄은 옆 건물 '자라' 쇼핑몰을 지나쳐 명동거리 입구를 나가 을지로입구 지하상가 근처까지 이어져있다.

H&M-발망 컬렉션은 오는 5일 오전 8시부터 판매된다. 지난해 H&M이 진행한 '알렉산더 왕' 컬렉션이 판매 3일전부터 대기했던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노숙행렬'은 역대 기록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 명동과 압구정은 '노숙', 잠실은 '조용'

H&M-발망 컬렉션은 여성용 의류 44종·액세서리 25종과 남성용 의류 31종·액세서리9종으로 구성됐다.

업계는 국내에서 '노숙행렬'을 만들만큼 발망 컬렉션이 주목받는 이유로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컬렉션은 발망의 디자이너인 올리비에 루스텡이 직접 참여하면서 세간에 첫 이목을 끌었다. 그는 파워풀함과 강렬함을 이번 컬렉션에 담았다. 동시에 정교하고 세심한 디자인으로 개성을 표현했다. 또 '레더룩(가죽)' 컬렉션까지 선보이면서 남성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모두 포함됐다.

국내에서 H&M-발망 컬렉션을 판매하는 곳은 △명동눈스퀘어점 △압구정점 △롯데잠실점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 총 4곳이다. 이 중 남성용 컬렉션을 판매하는 곳은 명동과 압구정점 뿐이다.

실제로 판매 일주일 전부터 노숙행렬이 이어진 곳은 명동과 압구정이었으며 대기자들도 대부분 남성이었다. 반면 여성용 컬렉션만 판매하는 잠실월드타워점은 한산하다. H&M관계자들은 잠실월드타워점의 경우 판매 하루 전인 4일 밤부터 백화점 야외에 대기행렬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발망 컬렉션에서 가장 먼저 품절될 제품은 남성 '바이커' 라인으로 예상된다. 명동눈스퀘어 대기행렬의 선두그룹을 포함해 80번대 이후의 후발그룹까지 대부분 '바이커 재킷과 바지'를 희망아이템으로 꼽았다.

▲ H&M-발망의 남성 컬렉션 제품. (사진=H&M공식 홈페이지)

◇ 그들만의 규칙과 H&M의 규칙

일주일에 달하는 노숙행렬의 독특한 점은 그들만의 자율적인 규칙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들은 번호표가 존재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의 번호를 외우고 있었다. 규칙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선착순 번호에 맞춰 그룹을 만들었다. 그룹별로 시간을 정해 식사를 하고 온다거나 물건을 챙겨오고 있었다. 그리고 휴식시간 동안은 앞·뒤 그룹들이 자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중간에 누군가가 침범하거나 순서가 뒤바뀌는 일은 없었다.

또 하나의 규칙은 번호에 '일행'이 없다는 것이다. 선착순 번호는 한 사람당 1개씩이다. 혼자든 친구가 있든 번호를 받았다면 함께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이와 함께 H&M도 쇼핑방법에 대한 규칙을 공개했다. H&M은 매장 오픈시간이 오전 10시인 것을 감안해 오전 8시부터 컬렉션을 판매한다. 줄을 서지 않은 일반인들이 들어올 수 없게 한 것이다. H&M은 이 2시간 동안 컬렉션이 완판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줄을 선 고객에게는 선착순으로 총 14가지 색상, 총 420개의 팔찌가 제공된다. 팔찌 색상에 따라 30명의 고객이 한 그룹으로 묶여 매장에 입장하게 된다. 매장에 입장 한 후 10분 동안만 쇼핑을 할 수 있다. 한번 매장을 빠져나오면 다시 들어갈 수 없다.

한 그룹이 쇼핑을 마치고 나면 5분간 정비시간이 주어진다. 빠진 상품을 채워놓고 헝클어진 매장을 정리한 후 다음 그룹이 입장한다. 이에 대해 H&M 본사는 고객의 편의와 공정한 쇼핑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 H&M-발망 컬렉션을 사기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 (사진=김태희기자)

지난번 디자이너 컬렉션 때도 그랬듯이 매장에 들어가게 되면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고 사람들은 표현했다. 정해진 시간동안 원하는 아이템을 모두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기아이템의 경우 동시에 모든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같은 색깔의 팔찌를 한 고객들끼리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에 H&M은 기본 그룹을 30명으로 지정해놓았지만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매장 내 고객의 안전을 위해 가드인원을 평소보다 늘릴 방침이다.

구입할 수 있는 제품에도 제한이 있다. 모든 컬렉션을 다 구입할 수 있지만 같은 종류의 제품은 1개씩만 구입할 수 있다. 교환과 환불은 구입 다음날(6일) 영업종료 시간까지 가능하다. 일부 액세서리의 경우는 교환이 되지 않는다.

◇ 본사도 놀란 대기행렬…전세계적 관심 집중

H&M-발망 컬렉션은 전세계 22개국, 온라인을 포함한 총 250개 매장에서 판매된다. 때문에 컬렉션을 원하는 고객들도 전세계에 퍼져있다.

한국의 유별난 '노숙행렬'은 H&M 스웨덴 본사도 놀라게 했다. 판매 일주일 전부터 줄을 설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다.

▲ H&M-발망의 여성 컬렉션 제품. (사진=김태희기자)

비단 대기행렬은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일본의 경우도 지난 3일부터 노숙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또 국내 대기행렬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에서도 발망 컬렉션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컬렉션에 참여한 루스텡 디자이너는 "발망은 화려하고 거침없으며 관능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H&M은 모든 사람에게 연결된 브랜드이기에 전 세대와 소통하고 싶었던 디자이너의 목표에 한발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번 컬렉션은 전세계 유통망을 갖고있는 H&M을 통해 '발망스러움'을 주제로 전세계가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H&M은 해시태그(#HMBalmaination)를 이용해 전세계 팬들과 SNS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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