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엄습하는 미분양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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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건설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분양되는 아파트 물량은 49만2000호. 이는 2000년 이후 연간 물량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최근 14년간 평균 분양물량 27만호보다도 1.8배 많은 수치다.

늘어나는 물량만큼 매매가도 연일 치솟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주택매매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4.1% 상승하며, 전분기(3.3%)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지역별 주택 매매가격은 수도권(2.9%→3.9%), 지방 5개 광역시(5.1%→6.0%) 모두 증가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전세와 반전세 가격 상승으로 주거부담이 높아진데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부담이 줄어 매매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택가격 상승과 맞물려 가계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말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58조원에 달한다. 9월까지 누적으로 올해 51조2000억원이 증가, 작년 연간 증가분 35조5000억원을 이미 크게 넘어섰다.

특히, 집단대출 가운데 상당수가 계약자에 대한 무이자 형식으로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분양 물량 입주가 본격 시작되는 2~3년뒤에는 잠재돼 있던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데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주택 공급과잉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중이다.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길 만큼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 아직 정부 차원의 액션을 취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만 반복할 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대책 부재 상황에서 분양물량만 쏟아낸다면 건설사나 소비자들 모두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가구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 시장에 몰려 있는 경우 자칫 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부동산 경기가 언제 하향세로 돌아설지 모를 상황에서 무턱대고 청약에 열을 올렸다간 건설사나 소비자 모두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다가올지 모를 위기에 적극 대응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교훈을 등한시 할 경우 우리는 이전에 없었던 기나긴 불황 터널을 경험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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