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종사 이직이 우려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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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올해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는 국내 조종사들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두됐다. 변재원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9월까지 국내 항공사 조종사 217명이 퇴사했다. 특히 지난달 한 달 새에는 대한항공 18명, 아시아나항공 19명, 저비용항공사 5명 등 모두 42명이 회사를 옮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일찍이 감지되고 있었다. 특히 중국 항공 수요가 늘면서 부족한 조종사 수를 늘리기 위한 중국 항공사의 스카웃 경쟁이 한 몫을 했다. 조종사 시험인 '스크리닝(screening)'을 앞두고 중국 항공사의 시험 교재가 동이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상당수는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진하기 위해 우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로 이직한 뒤 경력을 쌓고 중국 항공사로 옮기는 식이다. 국내 대형 항공사 경우 기장으로 승진하기까지 길게는 15년이 넘게 걸려 조종사들의 이직을 막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는 내국인 조종사가 줄어든 만큼 그 수를 외국인 조종사가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변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외국인 기장은 대한항공 338명, 아시아나 106명으로 각각 전체의 30%, 18%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조종사는 항공사에 직접 채용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시 소속으로 항공사와 계약을 갱신하며 근무하는 일종의 파견직이다. 비행 사고가 나더라도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고, 사고 조사가 끝나기 전에 퇴사해 해당 조종사에게는 사고 이력조차 남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이들이 휴가를 본토에서 보내기 위해 비행 스케쥴을 몰아서 근무한다는 점도 비행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국인 조종사를 보는 한국 조종사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근에는 자격 기준이 낮아져 해당 기종에 대한 경력이 전혀 없어도 입사가 가능해 외국인 조종사의 비행 실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현직 조종사의 전언이다.

지난 17일에는 중국발 대한항공 여객기가 인천공항에서 동체 꼬리가 활주로에 닿는 테일 스트라이크 사고로 사내 조종사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입사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외국인 조종사가 4번째 교육 비행 중에 이같은 일을 일으킨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신규 항공기와 운항횟수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조종사 인력 대란의 악순환은 계속될 전망이다. 엑소더스를 막을 수 없다면 유입 인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승객의 안전이다. 수백명의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는 가벼운 실수로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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