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암코, 내달부터 부실기업 구조조정 나선다
유암코, 내달부터 부실기업 구조조정 나선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자료=금융위

출자·대출 약정 3.25조으로확대실탄 4조원 확보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관리 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최대 28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기업구조조정 회사로 거듭난다. 유암코는 4조원대 재원(출자+대출약정)을 바탕으로 내달부터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PEF)를 통한 기업구조조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유암코, 신한·KEB하나·IBK기업·KB국민·우리·농협·산업·수출입 등 8개 은행은 이런 내용을 담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운영방안을 22일 발표했다.

당초 금융위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신설하려 했지만, 은행권의 제안에 따라 유암코의 구조조정 업무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암코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은행권 부실채권이 급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부실채권 전문회사다. 당시 신한·KEB하나·IBK기업·KB국민·우리·NH농협 등 6개 은행이 출자해 설립했으며, 이번에 유암코의 구조조정 역할을 확대 개편하는 과정에서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주주은행으로 참여하게 됐다.

유암코는 내달 은행, 민간자본과 함께 마련한 PEF를 통해 특정 기업 채권·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채권과 주식을 매입할 때는 기본적으로 채권은행과의 가격협상으로 결정하며, 협상을 위한 기초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2개 이상 회계법인 평가 금액의 중간값으로 산정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PEF는 기업 여건을 감안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정상화 작업을 추진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정상화가 곤란하다고 판단되면 핵심자산을 매각하는 청산 및 파산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채권·주식 등을 매각한 채권은행이 PEF의 재무적 투자자(LP)로 참여함으로써, 구조조정을 통한 정상화를 지원하고 정상화에 따른 이익도 향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암코의 PEF 기초재원 확보 차원에서 출자·대출약정 규모는 기존 1조5000억원에서 3조2500억원으로 늘어난다. 출자약정은 1조원에서 1조2500억원, 대출약정은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된다. 여기에 유암코가 기존에 보유한 자본과 회사채를 더하면 총 4조2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손 국장은 "앞으로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주주은행과 협의해 출자와 대출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암코가 PEF 전체 지분의 30~50%를 투자할 경우에는 PEF의 자본규모가 8조4000억~14조원 선이 된다. PEF가 구조조정 채권·주식을 액면가의 50~70%로 매입하면 총 12조원~28조원 규모를 사들일 수 있어, 최대 28조원 상당의 기업구조조정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EF가 자본의 300%까지 차입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구조조정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손 국장은 "당장은 소규모 기업부터 구조조정을 추진한 뒤, 시일을 두고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곧 유암코를 중심으로 채권은행과 협의해 11월 중에 구조조정 기업 선정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선 소규모 기업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성공사례가 축적되면 업종·산업별 구조조정으로 영역을 점차 확대한다는 게 현재 금융위의 계획이다.

유암코 내에는 전문성 있는 기업구조조정본부와 구조조정자문위원회를 설치한다. 기업구조조정본부는 본부장과 전담 인력으로 구성되며, 투자 대상을 선정·실행하고 PEF 설립·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구조조정 자문위원회는 자문위원과 법률·회계 전문가로 구성되며, 투자 과정을 자문하고 자산매입 관련 제도개선을 맡는다.

유암코의 지배구조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된다.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 건전성을 제고하고, 보상위원회를 신설해 조직 내 성과주의를 확립시키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달 말까지 유암코에 대한 추가 출자와 대출 약정안을 확정해 내달부터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손 국장은 "유암코가 법적으로 주채권은행의 지위를 부여받는 것은 어렵지만, 실질적으로 기업구조조정 의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유암코가 수행하도록 보완책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유암코를 통해 채권은행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구조조정의 틀을 전환하고, 시장 중심의 상시적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손 국장은 "채권은행 측면에서는 PEF에 매각함으로써 구조조정에 따른 부담이 감소되고, 부실채권 매각에 따른 건전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의사결정 과정의 단순화로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고, 기관투자자, 전문투자자, PB, 자산운용사 등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암코는 이달 은행들과의 협의를 통해 주주간 협약을 확정하고 내달까지 협약서 체결을 완료할 계획이다. PEF를 통한 구조조정은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착수되며, 유암코에 대한 추가 출자와 지배구조 개편은 내년 3월 결산 이후 완료된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