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車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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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지난 9월 11개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이 94%대를 기록하며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업계는 통상 77%를 적정손해율로 보고있다. 94%의 손해율은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으로 이익은 커녕 적자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실손보험 손해율까지 더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럴바엔 한국자동차보험공사(동부화재 전신)를 다시 세워 정부가 자동차보험을 운영하는 게 낫겠다'는 한 보험사 직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동안 보험업계는 외제차의 과도한 '수리비'와 '렌트비'를 손해율 상승의 문제점으로 지적해 왔다. 외제차의 수리비는 276만원으로 국산차의 94만 원에 비해 2.9배, 렌트비와 추정수리비는 각각 3.3배, 3.9배 높다. 이는 외제차의 부품비가 국산차에 비해 4.6배, 정비요금은 2배 이상 비싸고 렌트 차량 기준을 동종차량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고가 차량의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 공청회를 열고, 수리비가 평균 20% 이상 더 나오는 고가차량 즉 외제차에 특별할증요율 신설해 보험료를 올리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외제차의 보험료는 평균 4.2%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청회에서 논의됐던 사항 중 보험업계 관계자들이 큰 우려를 나타내는 부분이 있었다. △'동종차량'(차량모델, 배기량)으로 규정된 렌트기준을 '동급차량'(배기량 ,연식이 유사한 차량)으로 변경하는 방안 △명확한 기준이 없던 렌트기간을 정비업자에게 차량을 인도한 시점부터의 '통상의 수리기간'만 인정하는 두 개의 방안이다.

우선 동종차량을 동급차량으로 렌트해주는 방안은 중고 BMW520의 경우 연식과 배기량이 유사한 쏘나타를 렌트하는 식이다. 하지만 100% 가해자 과실인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과실이 없는 외제차 피해자는 수리기간 동안 자신이 '왜' 등급이 낮다고 여겨지는 국산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는 고가차 운전자에 대한 역차별로 여겨질 수 있다.

'통상의 수리기간'이란 부분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통상'의 기준을 잡기가 애매한건 차치 하고서라도, 통상의 수리기간을 넘기면 넘긴 기간 동안의 수리비는 결국, 자동차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 두 방안은 안 그래도 높은 보험 민원률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업계 역시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 전체 민원 중 보험이 차지한 비중은 과반을 넘어섰다(56.0%). 보험료를 올려 보험사들의 손해를 막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칫 불필요한 논란과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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