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명품여성통장'을 기다리며
또 다른 '명품여성통장'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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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이 출시한 ‘명품여성종합통장’ 이 발매 2주 만에 10만 계좌와 수신고 6000억 원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여성’ 과 ‘명품’ 을 잘못 연결하면 금세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여기서의 명품은 ‘사치’ 보다는 ‘현명한 소비’에 가까운 ‘좋은 상품’ 을 뜻한다.

국민은행은 이번 상품의 성공 요소를 여성의 라이프 스타일을 잘 파악해 고객이 원하는 혜택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맞는 말이다. 자녀가 둘 이상이거나 노부모 봉양, 봉사활동 등을 할 때 최고 연 0.2%포인트의 금리를 우대받을 수 있다.

자동현금입출금기(ATM) 이용 뒤 3시간 내에 사고가 나거나 야간에 노상강도를 만났을 경우 등에 대비해 무료로 보험에 가입해 준다.

여성의 소비성향에도 부응하지만 ‘된장녀’ 논란은 비켜간다. 여행이나 문화센터 수강 등에 우대 혜택을 줌으로써 여성들의 건전한 자기개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그러니 상품이 잘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조화가 잘 이루어진 상품이기에 흠잡을 것이 없다. 그러나 웬지 가슴 한 켠에 아쉬운 느낌이 남는 것은 왜일까.

‘명품여성통장’을 이용할 수 있는 여성은 결국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룬 계층이 주 고객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물론 아주 큰 성공은 아니더라도 스스로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는 여성들이며, 재테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유있는’ 고객이 태반일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반대편에 있는 여성들이다.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라민 은행의 유누스 총재가 빈민층을 돕기 위해 시작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은 방글라데시에서 특히 여성들에게 많은 수혜가 돌아갔다.
 
그라민은행의 대출자 중 여성의 비율이 96%나 된다. 경제활동에서 배제되었던 여성들에게 전폭적인 도움을 준 것이다. 특히 이혼녀, 미혼모 등 경제적 위기에 처한 여성들에게도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됐다.
 
시골여성 85%가 문맹이고, 여성들이 집밖에 나오려면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 했던 당시 방글라데시 사회에서 그는 창립 초기 부터 전체 은행융자의 50% 이상을 여성들에게 배분하는 모험을 감행함으로써 남성 위주의 문화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물론 여성의 사회 활동이 제한되어 있었던 방글라데시와 성공한 여성들이 많은 현재 우리나라와는 문화적 차이가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아직은 금융활동이나 재테크의 개념조차 알 수 없이 생활고에 찌들린 여성들이 많다. 좀 더 많은 여성들이 ‘명품여성통장’ 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또 다른 대박 하나가 더 터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체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이 무담보 소액대출 상품으로 인해 재기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게 되기를 바래본다.
 
박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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