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속사정 따로 있다?
정부, 속사정 따로 있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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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인하 배경에 또 다른 속사정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11일 노무현 대통령 訪美를 앞두고 ‘국제공조’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주장.

노무현 대통령도 이번 訪美 목적에 대해 ‘북핵 안보 문제’ 못지 않게 ‘경제불안 해소‘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은 간헐적이던 김진표 장관의 금리인하 발언이 지난 달 12일 한국경제 해외설명회를 다녀온 후 더욱 수위가 높아졌다는 데서 힘이 실리고 있다. 박승 총재의 입장이 돌변한 시점도 4월 말로 일치하고 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금리인하가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로 이루어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김 장관은 지난 달 해외 IR에서 시티그룹 로버트 루빈 회장과 신용평가회사인 S&P 오닐 회장, 그리고 무디스 맥다니얼 회장 등을 만나고 돌아왔다. 이에 앞서 4월 초 S&P는 “노무현 정부가 카드사 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 부담을 상당 부분 은행에 전가시켰다”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사실상 은행 신용등급 하락을 암시한 대목이다. 무디스도 같은 견해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의 신용등급은 국가신용등급과 직결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만큼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예민한 나라도 드물다. 만약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가뜩이나 얼어붙은 금융시장이 더욱 심각해지는 것은 눈에 불을 보듯 뻔하다. 해외자금 차입 또한 더욱 어려워진다.
이번 금리인하가 경기진작보다 금융시장 안정에 더 큰 목적이 있다는 주장은 이러한 배경에서 제기됐다. 카드사 유동성 위기를 시장에 맡기기보다 官 주도로 해결한 데 따른 반대급부로 금리인하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6월로 만기연장된 카드채 문제는 여전히 금융시장에 ‘지뢰’로 잠복해 있고, 제2금융권의 잠재부실도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여기에 은행까지 부실이 심화돼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칫하면 금융시장 전체가 쇼크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보통 금융시장에 쇼크상태가 발생하면, 금리인하만큼 쇼크를 잠재우는 데 특효약은 드물다. 그러나 금융시장 경색 때문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고 보기에는 시기상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때문에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정보 독점자로서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금융대란에 대해 정부가 선조치한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원화강세에 대한 부담도 금리인하에 한 몫 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리인하 시기를 놓칠 경우, 환율인하에 따른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해부터 줄곧 25bp 혹은 50bp씩 여러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저금리 기조를 강화해왔다. 유럽중앙은행(ECB)도 2년에 걸쳐 여섯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로화 강세 기조로 판단, 금리정책 변화를 시사했다. 빔 두이젠베르크 총재는 디플레이션 억제 등 미국과 금리동조를 선언한 바 있다.
최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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