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제고" vs "위험한 도박"…국민연금 공사화 논란
"효율성 제고" vs "위험한 도박"…국민연금 공사화 논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금운용 수익률 3년 연속 최하위…"중장기적으로 평가해야"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현재 500조원에 달하는 방대한 자금으로 운용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두고 정부와 학계, 자본시장 참여자 간에 논쟁이 뜨겁다. 또 정부·여당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부상한 국민연금공단에 대해 '저조한 수익률'을 이유로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려고 하지만 일각에선 단기 수익률만 가지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용역을 통해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기금운용위원회 상설기구화 △국민연금심의위원회 격상 등을 핵심으로 하는 사실상의 정부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후 새누리당에서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희수 의원과 박윤옥 의원이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정부·여당의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공사화 추진은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우선 현재 국민연금기금이 주요 해외 연기금보다 '최하위'의 수익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금운용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금운용본부를 분리, 공사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세계 6대 연기금 중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이 지난 2012년 7.1%, 2013년 4.2%, 2014년 5.3%로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며 "특히, 지난 2014년 말 기준 각 해외 연기금의 경우 주식 비중이 높은 반면, 국민연금은 채권이 59.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6대 연기금은 국민연금과 GPIF(일본), GPF(노르웨이), ABP(네덜란드), CalPERS(미국), CPPIB(캐나다)를 말한다.

이에 문 의원은 "많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목표수익률을 미래 연금 실질가치 유지 등 보수적으로 설정함에 따라 안전 자산인 채권위주로 자산을 운용해 수익률이 낮게 나왔다"며 "때문에 기금의 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해 기금운용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같은 견해에 업계도 동조하는 모습이다. 전일 열린 정책 심포지움에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 및 저금리 환경에서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수익률은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는 집행조직의 운용 역량 부족과 현행 지배구조의 비효율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연기금의 특성상 최근 3년 혹은 5년간의 수익률을 가지고 해외 연기금과 비교를 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기금규모 500조원에 달하는 거대 연금자산을 단순히 수익률을 제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만 접근할 경우, 오히려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 역시 지난달 열린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정부의 공사화 추진은 노후 자금을 놓고 벌이는 위험한 도박"이라며 "노후자금은 수익률보다 안전성이 더 중요하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실제 각 해외 연기금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NPS)는 설립 이후 15년(2000년~2014년)간 연평균 수익률 6.3%를 기록해 가장 높은 성과를 나타냈다. 또 국민연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연도는 2000년, 2008년 단 두 해로 주요 해외 연기금 중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민연금 수익률이 가장 빛을 발했던 시기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로 일본(-7.6%), 캐나다(-18.6%), 스웨덴(-19.7%), 미국(-24%), 네덜란드(-20.2%), 노루웨이(-23%) 등이 각각 휘청거렸을 때, 국민연금은 단 -0.2% 수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아울러, 올 상반기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은 4.4%로 해외 10대 연기금 중 캐나다 연기금을 제외하고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그간 정부와 학계는 단기적인 수익률만 가지고 기금운용의 수익성을 평가해왔다"며 "하지만 실제로 기금의 중장기적인 수익률 기준을 놓고 비교하면 주요 해외 연기금보다 좋은 성적표를 기록한데다, 올 상반기 성적표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