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주진형 한화證 사장의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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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경쟁사 벤치마킹해 조직압박…임기제한 등 한계 직면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증권업계 이단아'로 불리며 업계에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켜온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제한된 임기 등 한계에 부딪친 모습이다. 특히 고객 보호를 이유로 임직원 자기매매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자산관리를 특화시키면서 리테일 부문 적자를 피했던 신영증권을 벤치마킹하려 했지만 결국 제한된 임기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4월부터 기존 임직원의 자기매매 제한기준은 월 회전율 100%, 월 주문건수 10회 미만 등으로, 이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또 임직원이 온라인으로 거래주문을 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온라인 주문이 아니더라도 제한기준을 초과한 임직원 주문은 아예 접수조차 안 되도록 전산으로 제어하고 있다.

앞서 주 사장은 취임 이후 리테일 직원 평가 시 회전율 300% 이상인 영업실적에 대한 성과를 불인정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자기매매란 증권사가 회삿돈으로 자신의 책임 아래 유가증권을 사고파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고객 주문을 받아 매매를 대행하는 위탁매매와 구분된다.

주 사장이 이처럼 자기매매 규제에 착수한 이유는 자산관리로 특화시킨 신영증권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기매매를 규제해야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주식 외에 다른 상품 추천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벤치마킹이 당초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주 사장의 경우 한화그룹으로부터 고용된 CEO로 언제든 임기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즉 수 년간의 손실을 감내하면서 장기적 플랜을 끌고가기 어려운 위치라는 얘기다. 주 사장으로서는 구조조정을 통해서라도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신영증권의 경우 회전율을 강제로 낮추지 않았지만, 평가체계를 손봐 자연스럽게 자산관리에 집중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된 사례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신영증권은 당시 오너의 직접 추진 아래 선도적으로 자산관리서비스를 도입했다. 신영증권이 리테일 영업에 이 제도로 적용한 이후, 직원들은 다양한 고객의 투자성향(ELS, CMA, 펀드, 해외주식 등)에 맞춰가며 투자를 유치해야만 했다. 결국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해줘야 직원들의 평가가 좋아지는 구조로 발전한 것.

통상 증권사가 리테일 직원을 평가하는 기준은 크게 △수수료 수입 △운용자산 크기 △고객 수 등 이 세 가지다. 때문에 기존에는 수수료 비율이 높은 주식투자를 원하는 소수고객만 유치하면 1등 사원 되기가 쉬웠다.

물론 신영증권 역시 적잖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제도 변경 이후 3~4년동안 리테일 부분 적자를 피할 수 없었으며 부적응 직원 중 일부는 이탈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체질개선이 끝난 뒤 흑자로 돌아섰으며, 이로 인해 회사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알짜회사'라는 평가를 얻게 됐다.

업계에서는 신영증권이 자산관리 서비스로 증권업계 불황 속 나홀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임명직 CEO가 아닌 '오너회사'로, 장기 플랜을 갖고 일시적인 적자를 감수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주 사장 나름대로 소신경영을 펼쳤지만 그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만 하는 임명직 CEO라는 한계 때문에 그의 '개혁'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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