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K 최태원 회장의 '민망한 보은(報恩)'
[기자수첩] SK 최태원 회장의 '민망한 보은(報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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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진형기자] 얼마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사건 발생 직후 일부 대기업이 파격적인 제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남북한 준전시 상황을 고려해 전역을 연기한 '애국심 가득한' 병사들에게 특혜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부상자 채용 우대를 제외하고 기업이 직접 나서 병사들에게 특혜를 준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희생정신을 발휘한 병사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겠다는 기업들의 행보를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SK그룹과 롯데그룹이라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사실 SK와 롯데는 최근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대기업이다. 회삿돈 49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SK 최태원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돼 지난달 14일 출소했고,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 형제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다른 기업도 아닌 유독 두 기업이 나섰다는 점에서 이미지 메이킹 차원의 마케팅 일환이 아니냐는 시선이 뒤따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같은 맥락에서 그룹의 인사권이 총수 개인의 이미지를 위해 활용됐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기 힘들어 보인다.

두 그룹의 대대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북한 도발 당시 전역을 연기한 장병 총 87명 가운데 지난 9일 롯데그룹에 면접에 임한 인원은 고작 11명뿐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 중인 SK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그룹의 경우 최 회장 출감 이후 △SK하이닉스 46조원 투자계획 △고용디딤돌을 통한 청년일자리창출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면서 현 정부에 대한 보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다수 정책이 사업 연속성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은 논외다.

물론 일각에서는 현 정부에 '큰 빚'을 진 최 회장으로서는 불가피한 행보가 아니겠느냐는 시선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최 회장은 국민적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특사 언급 이후 한달만에 출소됐고, 가볍지 않는 죄질에도 불구하고 '복권'을 통해 회장 자리도 되찾았다.

세간에서는 마치 실권한 중세시대 제후가 황제와 충성서약을 맺고 복권한 듯한 모습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을 대하는 최 회장의 태도 역시 이같은 평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얼마전 최 회장은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M14 준공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의 옆자리를 행사 내내 지켰다. 줄곧 표정관리를 하며 허리를 꼿꼿히 유지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주 한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담장 위를 걷는 특권'을 통해 최 회장이 1년 5개월간 총 1778번 변호사 접견을 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방송 직후, 최 회장은 각종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터넷상에 관련 기사가 쏟아졌지만, 해당 방송은 해당 회차에 대한 VOD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는다고 지난 과오가 씻겨지지는 않는다. 현 정권에 대한 최 회장의 보은 행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역시 고울리 만무하다. 이번 최 회장의 특사가 정권에 대한 빚이 아닌 국민에 대한 빚이라는 인식이 바로서야 SK그룹 역시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바로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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