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택공급 과잉의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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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자 건설사들이 분양 물량을 대거 쏟아내며 '과열'을 넘어 '광풍'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18만8000여가구가 쏟아진 데 이어 전통적 분양 비수기인 7,8월에도 7만7800가구가 신규 공급됐다. 이달에도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전국 6만6110가구로 최근 3년 평균 9월 분양물량(2만2696가구)보다 4만3414가구 많았다.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도 13개 단지나 공급된다.

덩달아 건설사들은 최근 분양한 단지들이 수십대 1에서 수백대 1까지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며 연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각종 규제 완화로 시장이 살아난 만큼, 규제가 다시 강화되기 전 '물 들어 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며 '물량 밀어내기'에 급급한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 순위 내 청약접수를 마감하고 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물량과 고분양가 탓이다.

실제로 상반기 대규모 분양이 실시된 경기 광주와 화성, 시흥 등 경기 지역 분양 물량은 모두 8만263가구로 전년 대비 146.6% 늘었다. 미분양이 가장 많은 경기 지역 중 용인의 경우 올해 신규 분양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지난해 대비 14.7% 상승한 1155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2~3년 후 입주시기엔 '공급과잉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2007년 당시 수도권에는 16만7328가구가 공급됐고 신규 단지에는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으며 거래됐지만 결과는 대량의 미분양 물량과 수많은 하우스푸어만 양산했다. 건설사들 역시 미분양으로 인해 줄도산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건설업계나 정부는 서로의 머리를 맞대 정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경기가 언제 다시 하향세로 돌아설지 모를 상황에서 무턱대고 청약에 열을 올렸다간 건설사나 소비자들 모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

업계 내부에서도 일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주택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업체 스스로 공급과잉을 막고 정부와 함께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2~3년 후 현재보다 더 많은 하우스푸어와 월세로 고통받는 소비자들이 넘쳐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청약경쟁률보다 실제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판단을 독려할 수 있도록 실제 계약률 등 객관적인 자료를 오픈하는 일이 먼저다. 이는 곧 건설사들의 물량 밀어내기를 막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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