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중국발 쇼크, 아직 끝난 것 아니다
[전문가 기고] 중국발 쇼크, 아직 끝난 것 아니다
  •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 jangbo@hanafn.com
  • 승인 2015.09.1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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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만 해도 그리스 위기나 연준발 충격이 국제 금융불안의 핵심고리로 작용하더니, 어느새 그 축이 중국으로 넘어간 모습이다. 기폭제는 증시 급락이었다. 지난 6월 중순까지만 해도 2013년말 대비 147%나 급등하던 중국 상하이 종합주가가 정부의 신용거래 규제 강화 소식을 계기로 폭락세로 돌변한 것이다. 이어 8월 중순에는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가 맞물리며 주가는 심연으로 추락했다. 고점 대비 무려 45%나 급락하며, 사실상 반토막 난 것이다.

아시아 외환위기는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은 안정적인 정책 운영으로 위기 확산을 억제한 안전판으로 역할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주가 폭락에다 예상 외의 위안화 평가절하 여파로 중국 경기둔화의 심각성이 환기되고 정부 주도의 개혁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그간 세계경제의 성장견인차로 군림하던 중국이 이제는 세계경제의 잠재적 핵폭탄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번 평가절하가 시장환율과 공시환율 간의 괴리 해소라는 차원에서 1994년 초 평가절하 조치와 비교된다. 당시 중국은 계획무역에 사용하는 공정환율과 시장수급을 반영하는 시장환율로 나눠져 있던 환율제도를 일원화하면서 위안화 가치를 50%나 평가절하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지금 연준이 금리인상을 도모하고 있는 점도 그 때의 악몽과 겹친다. 당시 대규모 위안화 평가절하에 이어 연준이 1년여새 300bp나 금리를 인상하면서 멕시코 위기를 비롯해 아시아 외환위기 등 연쇄적인 신흥시장 위기의 서막을 장식했던 것이다. 실제로 최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통화가치가 외환위기 수준까지 폭락하면서 아시아 외환위기의 재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하지만 막상 중국발 쇼크에 따른 대내외 직접적인 영향력은 아직 크지 않아 보인다. 우선, 중국의 경우 주가의 자산효과가 미미한 데다 부동산 회복 조짐을 감안할 때 이번 증시 폭락으로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사실 중국의 가계자산 중 주식 비중은 10% 이내며, 소득상위 3%에 45% 주식이 집중돼 있다. 또 주식 담보대출이나 신용거래 등으로 인해 중국 은행권도 주가 급락에 타격이 예상되나, 총 노출 규모는 은행권 전체 자산의 3~4%에 불과하다. 반면 최근 중국의 주택거래량이 3개월 연속 늘고 있는 데다 주택가격도 상승세로 반전되면서 주택시장의 저점 통과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 폭은 5%에도 미치지 못해 1994년과 거리가 있다. 오히려 위안화 국제화나 위안화의 SDR 편입 등을 앞둔 상황에서 평가절하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위안화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절하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중국은 자본통제국이다. 따라서 증시 폭락이 직접 대외 전염효과를 낳을 여지는 억제되어 있다. 오히려 최근 들어 글로벌 유동성 환류나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맞물려 그동안 중국에 유입된 핫머니들이 빠져 나가면서 중국의 자금시장 경색을 낳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발 쇼크라기보다는 외부 불안의 전염인 셈이다.

다만, 주가 폭락을 포함해 중국 경제 향방에 대한 우려가 단순히 일회성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수출과 투자(신용) 위주의 성장모델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부각되어 왔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해 거듭되는 대내외 불안에 계속해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투자효율의 저하나 신용과잉 등 불균형의 심화였다. 특히 은행권의 자금중개가 국영기업이나 중공업․부동산에 편중된 가운데, 자금수급의 불균형을 메우기 위해 그림자 금융이 급성장해 왔다.

정부 규제로 그림자 금융이 위축되자, 온라인 금융이나 주식 금융이 바통을 이었다. 아직도 정책 여력이 상당한 데다 신실크로드 등 새로운 투자기회를 감안할 때 중국이 당장에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과거 일본이나 한국처럼 성장모델의 이행 과정에서 내부 불균형이 대형 금융위기로 폭발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특히 자본자유화와 결부될 때 그 개연성은 더 커진다.

지금 중국이 이와 유사한 처지다. 증시 폭락 자체의 직접적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1990년대 초반 한국의 증시 폭락(또 이에 맞선 정부 대응)에 따른 투신권 사태가 결국 광범위한 자본자유화로 이어지면서 외환위기의 단초를 뿌렸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주가 폭락에 대응하여 2,0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주가 부양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이 와중에 새로운 금융사고의 위험이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최근의 불안은 중국 내부적 문제 외에도 연준의 금리인상 움직임에 따른 신흥시장 전반의 동요와 맞물려 있다. 중국발 쇼크로 금리인상 가능성이 약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이에 대한 시장의 민감성도 확대된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제2, 제3의 중국발 쇼크가 이어질 가능성은 언제나 남아 있다. 설령 중국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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