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북한 핵실험 이후
<칼럼>북한 핵실험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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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드디어 마지막 카드를 뽑았다. 
취재기자들의 보고로는 당일 웬만한 사무실들은 북한 핵실험이 몰고 올 향후 사태를 점쳐 보느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주식시장도 한바탕 요동을 쳤다. 당연히 그랬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체가 비교적 차분했다. 우리 스스로가 대견하다. 실상 한반도 위기 상황을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대 봐야 우리 경제만 거덜 날 뿐이다. 있는 위기도 되도록 조용히 가라앉혀야 할 판인데 앞장서서 위기감을 증폭시킬 이유는 없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공식적 발표로는 일단 핵실험을 단행했고 또 성공했다고 한다. 주변국들에 의해 일단 함경북도 지역으로부터 발생한 지진파가 관측됨으로써 핵실험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국제사회는 지진파의 규모가 크지 않고 또 당장은 방사능 누출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 100% 확신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어떻든 핵실험 이후에 더 이상 국제사회를 향해 위협적으로 뽑아들 북한의 카드는 없어 보인다. 심리적으로 볼 때 무기는 사용하지 않고 위협만 할 때 더 위력이 큰 법이다. 그런데 이미 실험공간에서지만 핵은 터졌다. 이제 남은 두려움은 희박하지만 북한 사회의 자폭 가능성이다.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동안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적절히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한국 정부도 지금 당장 북한 편을 들어줄 형편은 못된다. 자칫하면 우리까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될 수도 있으니 일단은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적절히 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북한을 끝까지 밀어붙여 봐야 한반도의 위기가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적절히 한 발 물러날 만큼 북한 사회는 여유를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고대와 중세 사회의 조공국가 비슷한 하위 동맹국으로 여겨온 중국은 얼결에 뺨맞은 듯 펄쩍 뛰고 나섰다. 한마디로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그래도 국제 여론몰이에 앞장 선 일본의 오도 방정까지 용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이 궁지에 몰린 북한의 최악의 선택은 남한 만큼은 아니어도 중국에도 재앙이 될 터이므로.

우리는 어쨌든 한반도에서 군사적 행동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잘·잘못을 떠나서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그 지역이 초토화되고 주민들은 위험에 내몰린 짐승처럼 처참하고 울부짖다 죽어갈 수밖에 없음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충분히 봤다. 그나마 너무 빈곤했던 아프가니스탄이나 후세인이 무기력할 만큼 일찍이 저항을 포기한 이라크는 그랬기에 피해가 그 정도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물론 전쟁이 나면 북한의 실제 전투 대응력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2002년 서해교전 당시 북한의 낙후된 군 장비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다. 군비는 경제력에 비례하는 만큼 현재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전반적인 군비수준과 무관하게 기형적인 정치행위에 불과하다.

하여 북한이 핵을 개발했다 해서 그 자체가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은 낮다. 물론 위협이 안 될 리야 없겠지만 발생 가능성을 실제보다 부풀려 과장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가뜩이나 군비경쟁에 열을 올리고 주변국들과 돌아가며 영토분쟁을 일으키는 중국과 일본이다. 영토분쟁을 합리화할 역사왜곡도 자행하는 두 나라다.

중국이야 이미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갖고 있고 막강한 군대를 보유한 국가인데다 날로 성장하는 경제·기술은 무력 증강의 토대가 되고 있다. 평화헌법을 고쳐서라도 무력증강을 공식화하려는 일본의 국방력은 현재 중국을 바짝 뒤쫓아 가는 수준이다. 평화헌법 하에서도 이지스함을 세척씩 보유한 핵무기 보유국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미국이 가는 길에 앞장서며 소리치는 원님 행차의 아전처럼 행세하고 있다. 이미 유엔 안보리 의장국으로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키워온 일본이 북한 핵을 빌미로 더 목청을 키울 때 타깃이 되는 건 남·북한 모두가 될 것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튼 요즘 같은 때 주변국이 강성해져서 우리가 득 볼 일은 별로 없다.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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