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모레퍼시픽이 써온 70년 '아름다움의 히스토리'
[르포] 아모레퍼시픽이 써온 70년 '아름다움의 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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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성환 선대회장의 가족사진. (사진=김태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하나의 스토리가 모여 시간이 흐르면 히스토리가 됩니다. 저는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기쁘게 할 이야기들을 써내려가겠습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창립 7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지난 시간에 대한 감회가 묻어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스토리가 있는 기업이다. 창업자 고(故) 서성환 회장의 어머니인 윤독정 여사가 판매하던 '동백기름'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3대에 걸쳐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져 내려온다.

◇ '동백기름'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

"우리 회사의 모태는 나의 어머니다"란 서성환 회장의 말처럼 스토리가든은 1932년 윤독정 여사의 부엌을 조명하면서 시작된다.

여장부다운 기질을 타고난 그녀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일은 당시 여성들이 필수품처럼 사용하던 '머릿기름'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동백기름'을 모태로 그녀는 무엇보다 좋은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애썼다.

당시 소년이었던 서성환 회장은 어머니의 가업을 도왔다. 질 좋은 동백씨앗을 구하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개성에서부터 서울 남대문시장까지 180리 자전거 길을 오가곤 했다. 한해가 지난 후엔 화장품 제조법을 배우고 그의 나이 스무살, 개성 최초의 백화점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가업의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백화점 진출로 부푼 꿈을 품게 된 소년은 청천병력 같은 사건을 맞이한다. 1945년 1월 일제강점기 징병통지서를 받고 중국으로 강제 징용된다. 이후 우여곡절의 전쟁 끝에 타국에서 광복을 맞고 개성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1947년 청년이 된 그는 어머니와 가족들을 이끌고 개성에서 서울 남창동으로 내려와 '태평양화학공업사' 간판을 걸고 사업을 시작한다. 중국에서 신문명을 경험하면서 '아시아의 아름다움으로 세계와 소통 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다. 사명에서부터 태평양 건너 세계를 바라본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 고(故) 서성환 회장의 어머니 윤독정 여사를 기리며 전시된 동백꽃과 씨앗. (사진=김태희 기자)

◇ 아모레퍼시픽의 역사를 한 곳에 '아카이브'

아모레퍼시픽의 아카이브는 기업 활동에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직접 판매했던 제품들을 비롯해 간행물, 디자인제작물, 영상, 서류철 등 다양한 사내 자료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공간이다.

▲ 국내 메이크업 시장의 선두제품이자 첫 수출품이었던 오스카. (사진=김태희 기자)

1948년 상표가 붙은 국내 최초의 화장품 '메로디 크림'부터 ABC포마드·코티·리도·횃숀·오스카·아모레하이톤·타미나·삼미·라네즈·설화수·마몽드·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 등 아모레퍼시픽의 총 230여개 브랜드 중 150개가 전시돼있다.

특히 오스카는 1964년 국산 색조화장품 시대를 열기 시작한 제품으로 첫 수출 브랜드이기도 하다. 세계최초 한방화장품인 'ABC인삼크림(1966년)'과 남성화장품의 시초인 '쾌남', '오딧세이'도 만나볼 수 있다.

생활용품 브랜드 아모레 푸로틴 샴푸·미장셴·려·메디안, 건강식품 및 메티컬 브랜드 인삼정·오설록·케토톱·비비프로그램 등도 살펴볼 수 있다. 1983년 창립한 태평양제약은 현재 에스트라라는 이름으로 변경됐다.

과거의 광고 및 디자인제작물의 변천사도 살펴볼 수 있다. 아카이브에는 1500건에 달하는 아모레퍼시픽의 포스터가 소장돼있다. 각각의 포스터는 시대의 사회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포스터는 1962년에 제작된 오스카의 '파라솔크림' 포스터다. 광고 모델 이은심씨가 수영복을 입은채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포스터에는 '해수욕·등산·운동할 때, 파라솔이 필요 없다'고 적힌 문구가 돋보인다.

또 현시대 화장품 업계의 트렌드인 식물성, 저자극, 자연주의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오래전부터 지속돼왔다는 것을 알수 있다. '산소같은 여자', '피부가 싱그런 자연을 느낀다', '순수피부를 위한 저자극성 화장품' 등의 문구를 통해 과거와 현재 뷰티시장 소비자들의 니즈가 같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서성환 선대회장의 발자취가 기록돼있다. 해방직후 '태평양화학공업사' 창업에서부터 1954년 한국 최초 화장품 연구실 개설, 1960년 첫 프랑스 방문에 사용했던 여권 등 당시의 흑백사진과 친필 메모들이 보존돼있다.

▲ 오스카, 마몽드 등 아모레퍼시픽의 광고 포스터. (사진=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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