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의 '반가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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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뭘 해도 욕을 먹으니 고민이 많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 관계자를 만나면 줄곧 듣는 얘기다. '안티 현대차'라는 말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해 안팎으로 겪은 부진 때문인지 영업 일선까지도 소비자의 쓴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가까운 예로 지난달 22일 영종도에서 현대차가 진행한 쏘나타의 전면 충돌 시연을 두고 시장과 업계가 적잖이 시끄러웠다. 미국산 차량과 내수용 차량의 안전성이 다르다는 고객의 불신에 대한 전면 대응이었지만, 현대차가 보여주기식의 '쇼'를 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번 논란을 보며 기자가 직접 겪었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올해 초 쏘나타 2.0 터보의 언론 시승회에서 있던 일이다. 주행을 하다 동료 기자의 차량 보닛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보닛을 열어보니 노란 액체가 엔진룸 사방에 튀어 생긴 것이었다. 터보 엔진 특성상 과열까지도 원인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그날 현대차는 연구소 직원을 파견해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원인은 의심했던 부분과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차량 바퀴 안쪽으로 이물질이 튀면서 드라이브 샤프트 부트가 찢어졌고, 그 구멍이 엔진룸 방향으로 가면서 솟아오른 윤활제가 타들어가며 연기가 생긴 것이었다.

일부 보도를 통해 사고 소식이 퍼져나갔지만, 현대차는 하루 만에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해당 차량 사진을 공개하고 사고 원인을 설명했다. 차량 성능과 무관하게 우연히 일어난 사고였는데도 당시 현대차가 빠른 해명에 나서면서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는 효과를 얻었다.

현대차의 이런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엔진룸으로 물이 샌다는 의혹에 따라 블로거를 연구소로 초청해 세차 시연을 하기도 하고, 7단 더블클러치트랜스미션(DCT) 품질 논란이 제기된 사이트 회원들을 불러 장착 차량을 시승하게 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국내영업본부 산하에 고객 소통을 전담하는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하면서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쏘나타 충돌 시연에서 곽진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 오해가 이번 시연으로 모두 해소될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동안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침묵은 긍정의 대답'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오랜 침묵을 깬 현대차의 고민과 반성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당장 욕을 먹더라도 소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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