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관리-기술력 각각 제공…최장 7년간 협력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삼성중공업이 앞으로 최장 7년간 수출입은행과 함께 성동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돕는다. 수출입은행의 '재무관리 능력'과 삼성중공업의 '기술력'을 동시에 투입해 성동조선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사진)은 1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 행장은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지난달 31일 오후 6시 삼성중공업의 거제 조선소에서 만나 협약서에 서명했다"며 "개별 조선사에 대한 지원을 떠나, 국가 전략산업이자 기간산업인 조선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대형 조선사 간의 협력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 "성동조선 리스크, 수출입은행이 부담"
이번 협약에는 수출입은행과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을 4년간 위탁경영하고, 향후 합의를 거쳐 이 기간을 3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선산업 특성상 수주부터 선박 인도까지 1년반에서 2년의 장기 사이클을 지닌다는 점을 고려해, 기술 역량을 전수할 수 있는 기간을 3~4년으로 잡은 것이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의 인사, 노무, 재무 등 전반적인 경영관리를 맡고, 삼성중공업은 영업, 구매, 생산, 기술부문을 담당하는 식으로 분야를 나눴다. 수출입은행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주요 경영현안의 경우 수출입은행과 삼성중공업, 성동조선이 모두 참여하는 경영협의회에서 심의하기로 했다.
이 행장은 "성동조선은 기술력과 재무제표 파트가 모두 취약해 기업이 부실한 상황"이라며 "삼성중공업이 좀 더 발달된 기술력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성동조선의 경영정상화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편의상 '위탁경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의 기술력을 전략적으로 제공해주는 '제휴'에 가깝다는 게 수출입은행 측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구매 선진화기법과 생산관리 노하우를 전수해 성동조선의 원가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일 방침이다. 여기에 성동조선의 신규 수주 발굴을 지원하고, 일감이 부족할 경우 자사 명의로 수주한 물건을 외주계약을 통해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건조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뜻이다. 물론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도 성동조선에 외주계약을 맡김으로써 설비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고, 성동조선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중형 상선을 활용해 선주 수요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협약으로 삼성중공업이 얻을 실익은 사실상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행장은 "삼성중공업은 이번 업무협조를 큰 부분으로 생각치 않는다"며 "두 기업의 사업 분야가 겹친다면 협조가 어렵겠지만, 삼성중공업이 대형 상선 위주인 데 반해 성동조선은 탱크와 중형 상선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영역이 다르다. 대기업 입장에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좀 어려운 기업에 지식과 기술을 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협력산업이 무너지면 조선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어려운 만큼, 성동조선을 비롯한 중소형 업체들이 살아나면 삼성중공업도 간접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이 행장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생산 분야의 시너지를 통해 시장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행장은 삼성중공업이 이번 협약에 동의했다고 해서 성동조선의 리스크를 전가할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중공업에 어느정도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험이 전가되는 부분은 우리가 담당할 생각"이라며 "올해 생길 추가적인 유동성 문제는 수출입은행이 책임지겠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성동조선이 수익을 내는 구조로 개선해, 내년에는 추가 자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다른 채권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정책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라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적극적으로 (책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조속히 새주인 찾을 것…삼성重 우선권 제공 검토"
성동조선은 지난 2010년부터 자율협약에 들어가,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다. 채권단은 올해 4월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고, 지난 5월에는 수출입은행이 위탁경영 등을 전제로 3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단독 투입한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향후 성동조선의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그는 "일단 성동조선을 M&A 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성동조선을 계속 껴안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빠른 시간 내에 정상화시켜 주인을 찾아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을 인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삼성중공업이 M&A를 생각하고 협조에 나섰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수 의사를 밝힌다면 배제할 이유는 없다"며 "인수 우선권을 주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성동조선의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성동조선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 특별히 추진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본격적으로 운영하려면 보강이 필요하겠지만 임직원들이 빨리 안정을 찾고 일에 몰입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채권단은 이번 경영협력으로 성동조선이 조속히 경영정상화하면, 채권회수율과 여신 건전성, 익스포저(exposure)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성동조선, 삼성중공업, 채권금융기관이 상호 대등한 지위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윈윈형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