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교육과 신용불량자
私교육과 신용불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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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문제 삼는 기사들은 흔하다. 대기업 고위 간부 부인이 아들 과외비 벌려고 파출부로 나섰다는 등 참으로 눈물겨운 모정(?)을 소개하며 교육정책을 맹비난하는 기사들이 전혀 새롭거나 낯설지 않다.

한주일 전쯤에는 신용불량자의 10% 이상이 교육비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뉴스가 신문·방송을 횡행했다. 신용불량자들 중 교육비가 원인인 사람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 교육비가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비인지는 보도 내용 중에 없지만 추정해 보건대 결국은 대학생 등록금이나 사교육비 혹은 조기유학비용 등이 원흉일 터이다. 고등학교 등록금 수준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정도는 아니니까.

대학생 등록금이 문제가 됐다면 아마도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이 안 되다 보니 대출금 상환을 잊고 있었던 것일 게다. 하지만 이 경우 보증인-대개는 부모들이 보증인이기 마련-들이 월 몇 만 원씩을 갚을 능력이 안돼 신용불량자가 됐을 확률이 그리 높은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대개는 사교육비가 원인이라는 얘긴데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곤란하다. 신용불량자가 되면서까지 과도한 사교육비를 썼다면 그건 결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사회가 너나없이 자녀교육에 병적일 만큼 집착을 보이고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신용불량자가 되면서까지 사교육비를 지출했다면 수입도 없으면서 소위 명품이라는 것들을 구입하다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스무 살 전후의 철없는 젊은이들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뉴스를 접하다보면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 개개인에게 연민은 생기지만 그렇다고 오직 그들 입장에서 정책을 비난하고 나서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기초생계를 위해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라면 그건 분명 정책 문제를 들고 나올 만 하나 만약 사교육비 때문에, 혹은 조기 유학이나 해외어학연수 때문에 그리 됐다면 그 경우 천하 없는 정책이 나온다 해도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봐야한다.

신용불량까지는 안가도 사교육비 지출이 수입에 비해 과도한 집안이 결코 적지는 않으니 우리 사회 전체가 지금 집착의 중병을 앓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더욱이 대중매체들이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다는 부모들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분위기가 과연 옳은 것인가도 의문이다.

물론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 꼭 성적 때문이 아니라도 방과 후 시간을 돌봐줄 사람이 없는 어린 자녀들 안전을 위해 각종 학원에 보내느라 허리가 휜다는 하소연은 설득력이 있다.
이 경우는 사회가 이 어린 학생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를 놓고 공론의 장을 꾸준히 열 필요가 있다. 국가 재정의 지원도 얻어내야 할 부분이다.

교육예산은 그런데 써야 할 것이지 백날 대학입시 제도를 들쑤셔봐야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학습능력으로나 정서상으로나 대학교육을 받기에 부적합한 아이, 교과학습에는 도통 흥미가 없는 아이들을 일률적으로 대학에 집어넣기 위한 부모들의 무모할 정도의 레이스에는 실상 약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집착이 계속되는 한 국가정책이 개입하면 할수록 점점 더 교육 전반이 늪 속으로 빠져들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부모도 자녀도 각각의 역할 모델이 제대로 정립돼 있질 못하다. 그러다보니 TV 드라마 속 부모들은 하나같이 자식의 미래까지 지배하려는 듯 정신병 수준의 집착과 폭압을 보인다.

그런 부모에게 효도라는 이름으로 순종을 강요하는 드라마들이 내용상 과장된 것이라 하더라도 일정 정도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일 터이다. 그리 보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아득하다. 

그런 부모들의 집착에 만족을 줄 정책은 애초에 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현재로선 집착의 고리를 끊을 방도를 사회적으로 찾아 나서는 게 오히려 해답에 가까이 가는 길일 듯하다.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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