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뉴 삼성물산' 출범 D-5 남은 과제들
[전문가기고] '뉴 삼성물산' 출범 D-5 남은 과제들
  •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
  • ok@ccej.or.kr
  • 승인 2015.08.28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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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인 경실련 팀장(사진=경실련)

9월 1일 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따른 뉴(New) 삼성물산이 출범한다. 양사의 합병으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누가 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제일모직 총수일가 지분 42.15% 중 23.23%를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었던 반면,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주식도 없이 삼성물산을 그대로 인수해버린 형국이다.

삼성그룹은 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3.5% 보유한 삼성물산을 합병시키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약했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시켰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삼성전자 지분이 0.57%로 낮아 핵심계열사임에도 지배력이 약했던 측면이 있었고, 삼성물산의 지분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부와 지배력 까지 강화했지만, 삼성물산에 투자했던 소액주주들과 국민연금 등은 현재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물론 장기적 투자자의 경우 합병되고 난 뒤의 주가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 삼성물산 종가는 주총직전(7월16일) 6만9300원 이었으나 거래정지 전일인 지난 26일에는 4만8100원으로 약 30% 가량 급락했다.

국민연금은 삼성재벌 총수일가의 대변인을 자처했다. 양사의 합병승인은 삼성물산 지분을 11.21%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손에 달려있어, 공정하고 정당한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부당한 합병비율로 인해 삼성물산의 저평가로 국민연금의 손실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합병 반대를 해야 함이 옳았으나 그대로 강행한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 제8조 2항에는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있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했어야 했다.

아울러 제8조 3항에는 '의결권 행사시 외부 의결권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라고 명시돼있기 까지 하다. 당시 국내 외부 의결권 전문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에서도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결국 국민연금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찬성 의사결정은 연금의 손실과 주주들의 가치까지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국민연금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국민연금인지 되새겨 볼 대목이다.

지난 7월 이후 삼성그룹에는 중요한 세 가지 이슈가 있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호텔신라의 황금알 낳는 시내면세점 낙찰 여부,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문제였다. 이중 두개는 목적을 달성했고, 백혈병 문제는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그룹은 총수와 1인과 총수일가의 기업이 아니다. 자체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삼성그룹이 규모면에서 재벌그룹 서열 1위에 오른 데에는 국민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 재벌들이 보여줬던 부정적인 단면들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국내 1위 그룹의 위상에 걸맞은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고, 기형적인 경제력 집중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금산분리 특혜를 누려온 삼성생명의 과도한 삼성전자 주식 해소, 순환출자 고리 해소, 불공정거래행위의 근절, 삼성SDS 부당이익 사회 환원,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환원 등을 결단하고 이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세계적 리더가 아닌, 국내의 부정적 단면만을 가진 총수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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