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숙하지 못한 식품업계 언론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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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구변경기자] 얼마전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파스타소스를 둘러싸고 일부 업체간 날선 비방전이 펼쳐졌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선 업체가 그간 '우호적' 관계로 알려졌던 대상과 샘표여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이번 공방전은 샘표의 선제공격으로부터 촉발됐다. 대상 청정원의 파스타소스가 샘표의 '폰타나' 제품 콘셉트를 도용했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

샘표가 주장한 도용 내용은 대상이 파스타소스를 새롭게 출시하면서 폰타나의 브랜드 콘셉트인 '맛으로 떠나는 여행'과 폰타나 파스타소스 제품 콘셉트인 '맛으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 문구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상 측은 샘표가 문제를 제기한 '맛으로 떠나는 여행'은 상표로 정식 등록되지도 않았다면서 파스타소스 1위 업체를 흠집내기 위한 과도한 '노이즈마케팅'이라고 반박했다.

공방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이번엔 대상 측이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2004년 '쿡조이' 브랜드로 '맛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광고를 제작한 바 있고, 일반적인 상용구를 샘표 고유의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샘표 측은 대상 청정원이 먼저 사용했다고 제시한 문구는 현존하지 않는 쿡조이 브랜드의 10년 전 광고카피라고 재반박에 나섰다.

사실 신제품이 출시되면 미투(mee-too)제품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곳이 바로 식품업계다. 워낙 상품이 다양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이다 보니 제품 디자인이나 콘셉트 등이 유난히 많이 겹칠 수 밖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샘표와 대상의 비방전은 성숙하지 못했다. 샘표의 비방전이 언론플레이로 치부되는 것도 사전에 대상 측과 충분한 대화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상호간의 일방적 주장만 내세운 이번 공방전은 부정적 이미지와 함께 동종업체간 감정의 골만 키운 결과만 낳았다.

더불어 이같은 불필요한 논란과 감정싸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투 제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식품업계의 자정노력도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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