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방은행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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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국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이 편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올 2분기, 역설적이게도 지방금융지주들은 설립 이래 최대 호실적을 달성했다. 합병 효과로 많게는 2배에 달하는 실적 성장세를 기록하는 한편, 경기·충청 지역으로 영업망을 확대해 나가면서 장기적인 성장 기반까지 모색하는 모습이다.

BNK금융지주의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65% 증가한 1654억원을 기록했다. 13일 발표된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의 상반기 누적 순이익 115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JB금융지주의 2분기 순이익도 전년동기대비 160%나 급증한 425억원을 달성했다. DGB금융지주는 은행 자회사 흡수 효과 없이도 비이자이익 기반을 강화하면서 전년동기대비 31% 성장한 94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대 저금리 기조에도 지방금융지주가 전례없는 성장세를 기록한 배경에는 은행,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다양한 금융업권에서의 경쟁적인 인수 행보를 통한 자산 증대가 뒷받침됐다. 이에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지방금융지주들이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매물로 나온 LIG투자증권의 유력한 후보군으로 JB금융과 DGB금융이 거론되고 있고, 철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외국계은행의 소매금융 매각설의 중심에도 지방은행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비약적 성장으로 위상은 달라졌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지방은행의 특성상 다소 후진적이라고 평가받는 경영형태는 유지되고 있다. 일례로 성세환 부산은행장과 김한 광주은행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현재 자행 이사회 의장을 겸직 중이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사외이사에 의장직을 맡기는 대부분의 시중은행들과도 차이를 보인다. 경남은행만 지난해부터 손교덕 행장 대신 박원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지만, 그는 임명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경제위원을 역임하면서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인사다.

교체 때마다 불거지는 금융권의 낙하산 사외이사 논란도 지방은행으로서는 더 뼈아프다. 경영진이 사실상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독자적으로 집행하고 있어 지방은행 사외이사는 역량 없이도 정계·지역계 인사들이 차지할 수 있는 '꿀보직'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금융지주가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격적인 확장 과정을 이어온 만큼 경영진 주도의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이 도움이 됐을 수 있다. 그러나 양적 성장 만큼이나 그에 부합하는 투명한 경영과 지배구조 형성을 위한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시중은행을 뛰어 넘는 지방은행'이라는 모토는 자화자찬에 그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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