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삼부토건 자율협약 연장 거부…법정관리行?
채권단, 삼부토건 자율협약 연장 거부…법정관리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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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 서울호텔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르네상스 호텔 매각 의지 의문"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서울호텔 매각에 실패한 삼부토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에 처했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자율재무구조개선 협약(자율협약)시기 연장을 거부하면서다.

삼부토건의 자산매각 의지에 의문을 드러내고 있는 채권단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1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날 삼부토건은 채권단이 대출 만기연장안 등이 담긴 자율협약시기 연장을 거부함에 따라 9443억원 규모의 대출원리금 연체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우리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NH농협은행, 수협은행, 하나은행 등 삼부토건 채권단은 지난 1일 만기가 돌아온 르네상스호텔 담보 대출금 7493억원에 대해 만기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채권단은 당초 이달 3일 만기 연장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계획이었지만, 신한은행 등 일부 채권은행 간의 의견 차로 지난 7일에서야 최종 결론을 냈다.

채권단은 이날 삼부토건과의 자율협약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은 3년가량 진행된 르네상스호텔 매각 무산으로 채권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 자율협약 연장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자율협약 만료로 삼부토건은 르네상스호텔을 담보로 빌린 협조융자 7493억원과 헌인마을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3000억원 등 1조원가량의 채무상환 압박을 받게 됐다. 뿐만 아니라 대출금을 갚을 때까지 연 17%의 높은 연체 이자도 물어야 한다. 채무를 갚지 못하면 파산하기 때문에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단 삼부토건은 당장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보다는 향후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성사시켜 대출금을 갚겠다는 계획이다. 삼부토건 측은 리모델링 계획을 이미 수립해둔 터라 매수자만 나타나면 매각은 쉽게 성사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 같은 계획에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회사가 르네상스호텔 매각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지 않은 만큼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삼부토건은 헌인마을 PF대출 부실로 2011년 법정관리 위기에 처했지만, 채권단 지원에 힘입어 가까스로 회생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자율협약 기간 동안 르네상스 호텔 매각 작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채권단이 피로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자율협약을 세 차례 연장해줬는데, 회사가 르네상스호텔 매각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미 채권단 손을 떠났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삼부토건은 지난 4월 매입가 9000억원을 제시한 부동산개발회사 MDM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르네상스호텔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다. 2013년 이지스자산운용과의 협상 당시 매각가였던 1조1000억원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대출금을 거의 회수할 수 있었던 수준이었다.

그러나 채권단과 세부조항에서 이견을 보이며 지난달 매각이 최종 불발됐고 계열사를 팔아서라도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삼부토건은 지난 7일 보문관광을 150억원에 내놨다.

삼부토건은 2011년 경영정상화가 시작된 이후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줄어들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523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1% 증가한 6051억원, 당기순손실은 2831억원으로 적자였다.

2015년도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도 전년대비 일곱 계단 떨어져 42위에 그쳤고 미지급공사비나 임금 체불 등으로 인한 소송 건이 증가하는 등 우발 채무 위험도 큰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월 르네상스호텔이 매각되더라도 PF 채무보증까지 포함한 1조4482억원의 금융채무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며 신용등급을 'BB-(부정적)'에서 '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삼부토건은 보문관광을 시작으로 향후 다른 계열사 매각에 나설 방침이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5월 여의상가를 처분하는 등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며 "한꺼번에 매물을 내놓을 수 없으니 우선순위를 정해서 계열사 처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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