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짜는 은행권…하반기 화두도 '수익성·영업'
새판짜는 은행권…하반기 화두도 '수익성·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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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 이은선기자] 하반기 국내 은행권의 경영 키워드는 '수익성 강화'로 압축된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와 계좌이동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은행권의 시장 재편이 예고되는 가운데, 개별 은행들도 영업력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은행들은 하반기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영업력에 방점을 찍는 경영전략을 세웠다.

◇국민銀 '영업망 재편'…하나·우리銀 '최대현안' 코앞

KB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영업점 운영 체계 재정비 작업에 들어간다. 33개 지역본부와 1047개 영업점을 고객의 실제 생활권에 기반을 둔 '지역 거점 중심 영업망'으로 재편성할 방침이다. 개별 점포가 전문역량을 갖기 어려운 기업금융이나 자산관리는 거점 점포에 집중하고, 각 영업점이 스스로 시장을 분석하는 능동적인 영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영업망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그간 시달려왔던 생산성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겠다는 목표다. 최근 1122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임금피크제를 개선한 것도 하반기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각각 '민영화'와 '은행 통합'이라는 최대 현안을 앞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기본적으로는 수익성 강화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민영화 추진이 시급한 우리은행은 저금리 환경과 매각 지연으로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다음달부터 본격화되는 다섯번째 민영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료시키기 위해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의 영업환경 속에서 매각이 미뤄지면 생존이 어렵다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은행장과 전 직원이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자산 규모를 끌어올렸으니 하반기에는 우량자산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자"고 지시했다. 우리은행은 1분기 말 1.9% 수준인 부실채권(NPL) 비율을 향후 1.50%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외환은행과의 통합 절차를 밟고 있는 하나은행도 합병의 배경으로 '수익성 극대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미 금융위가 합병 예비인가 신청을 승인한 만큼, 변수가 없는 한 9월1일에는 두 은행의 통합법인이 출범할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통상 7월께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하반기 전략을 공유하곤 했지만, 올해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보다 상반기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통합은행의 여신 포트폴리오를 감안해 영업 계획을 다시 가다듬어야 해, 일단 양행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 통합을 앞둔 특수한 상황이라 하반기 전략을 공유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체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하나금융은 통합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1000여개 이상의 통합 과제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영업통' 전진 배치…진용 새로 짰다

최근 진행된 정기인사에서도 이같은 은행권의 흐름은 뚜렷하다. 대대적인 조직개편보다는 소폭 이동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이른바 '영업통'들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업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직을 재정비하는 모양새다.

상반기 실적 1위를 달성한 신한은행은 최근 기관고객 담당 본부장 인력을 추가 발령하고 본부부서장을 영업점으로 배치했다. 확고한 리딩뱅크 위상을 다지기 위해 하반기 영업력과 수익성 재정비에 나선 것. 소호(SOHO) 영업전담 직원을 10% 가량 보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올 상반기 이자마진 축소 만회에 크게 기여했던 수수료 수익기반도 강화키로 했다. 금융투자와의 협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에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고객 수익률과 연동한 인사 평가모델을 통해 펀드·방카슈랑스를 통한 수수료 이익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9일 중국 충칭분행을 시작으로 공격적인 해외 네트워크 확장 행보도 이어간다. 현재 16개국 76개점포를 올해 말까지 18개국 82개까지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UAE(두바이)와 필리핀, 멕시코 현지 법인 진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기진출 국가의 영업망도 확대해 지난해 말 5.8% 수준이었던 해외 수익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공격적인 자산 증대보다는 수익성과 건전성 강화를 연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은행과 금융투자의 협업을 통한 라인업으로 수익기반을 강화하고 중장기적 수익 창출 관점에서 해외 진출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도 올해 경영목표 달성 차원에서 지역본부장급 임원 9명을 보임했다. 상당수 임원이 현지 토착영업, 체계적인 고객관리에서 능력을 입증한 인사들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여기에 핀테크와 해외진출, 인프라금융을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병행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목표 달성에 대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의 의지를 담았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올해 경영목표 달성과 글로벌 100대 은행 진입을 강력히 추진하고, 신성장동력 사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NH농협은행은 올해 손익목표를 6800억원으로 세우고 수익성과 성과 중심의 경영 전략을 세웠다. 하반기 목표달성을 위해 △저원가성예금 확대 △수수료이익 확대 △전사적 건전성 관리 △판매관리비 절감 등 11개 중점추진과제를 세우고, 해외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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