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화장품 불법유통, 생산·소비자 모두에 '毒'
샘플화장품 불법유통, 생산·소비자 모두에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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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워팔기' 단속할 법적근거 없어…"변질·정품 여부 알수 없어"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끼워팔기' 식의 편법을 악용한 샘플화장품 판매가 계속되고 있지만 제조 및 판매업체, 정부 부처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샘플 화장품의 불법 유통은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마켓(11번가·G마켓·옥션·11번가)에서 '끼워팔기'로 판매되는 샘플화장품은 본품과 비교해 최대 10만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났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의 경우 '윤조에센스'는 본품이 60ml 기준 9만원인 것에 비해 샘플은 4ml 샘플 7개(총 28ml)가 55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1ml를 기준으로 가격 환산을 했을 때 본품과 샘플의 가격 차이는 10만2300원이었다.

또 LG생활건강의 더후 '진율향 진율 로션'은 시중에서 110ml에 8만3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반면 샘플 20개(5.5ml)가 74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같은 용량으로 가격을 비교하면 샘플이 본품 보다 7만5600원이나 저렴했다.

▲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화장품 본품과 샘플의 가격 및 용량 비교. (자료=서울파이낸스)

샘플화장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 대부분이 본품과 큰 가격 차이 때문에 샘플을 구입하고 있었다. 특히 본품의 가격이 비싸 접근성이 낮은 제품일수록 샘플 판매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샘플이 거래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샘플화장품 판매로 인한 회사측도 피해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샘플은 본래 화장품을 구입하기 전에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제품인지 확인하기 위한 테스터용으로 제작된 것"이라면서 "가격이 고가일수록 테스터를 이용한 뒤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인데 이를 악용해 영업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중간판매업자들이 샘플을 과도하게 활용하는 데에도 있다. 방문판매업자나 개인판매업자들은 자신에게 화장품을 구매할 경우 본품 가격에 버금가는 샘플을 제공하는 것으로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본사로부터 화장품 샘플을 돈 주고 구입하고 있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샘플 화장품의 시장규모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각 업체들은 자체생산 혹은 외주제작을 통해 화장품 샘플을 생산하고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본사에서 관리하는 방문판매업자들의 경우 샘플 판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자체 모니터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샘플을 악용하는 부분은 없다"며 "외주제작을 통해 샘플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위조품이 만들어지거나 누수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끼워팔기' 식으로 샘플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샘플을 직접 판매하는 것은 2012년 화장품법 개정 이후로 근절됐지만 변형된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며 "물티슈나 마스크팩 등을 미끼로 샘플을 판매하는 경우 현재 규정상 단속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화장품 샘플은 비영리 목적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제조일자나 유통기한, 성분표기가 안돼있어 정품 및 제품 변질 여부 등을 알 수 없다. 또 비정상 경로로 유통된 샘플을 사용하다가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보상 받을 방법도 없기 때문에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의 경우 직접 얼굴에 바르는 제품이기 때문에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 까지 온도나 습도 등에 유의하며 전문적으로 보관하고 있다"면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샘플 화장품은 위조품일 확률이 높으며 언제 제작됐는지, 어떻게 보관된 제품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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