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널리스트가 필요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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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대우조선 사태를 보면 우리나라 증권사 리서치가 왜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조(兆) 단위 부실은폐 논란이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충격을 주자 모 증권사 사장은 자신의 SNS에서 이 같이 언급했다.

얼마 전 대우조선해양이 해상플랜트 분야 등에서 2조원대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지만,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숨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우조선의 주가는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원대가 깨졌고, 이달 들어서만 41% 가량 급락했다.

그에 따른 피해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올 들어 개인은 2조원대 누적 은폐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인 지난 14일까지 대우조선해양 주식 2589만3800주를 사들여 순매수 상위종목 바구니에 담았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은 2324만7300주를 팔아치웠으며 외국인은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이같은 상반된 행보는 증권사 리포트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부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종 중 '최선호주'라며 꾸준히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분기 손실 가능성을 언급한 지난달 25일 이후에도 하이투자증권과 교보증권 등 일부에서는 여전히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조선업 시황 자체가 작년보다 좋아졌다'며 낙관했고, KDB대우증권에선 '하반기에 기회를 노려보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두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사 리포트를 믿고 투자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정보력에서 한참 뒤쳐질 수밖에 없는 개인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판단에 기대지 않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약 한달 전 한 개인 (전문)투자자가 올린 인터넷 블로거 글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게시판 글에 따르면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국내서 수주잔고 기준으로 1위지만,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한데다 '자산'으로 인식하는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금액도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통상 조선업종은 실제로는 적자인데 이를 감추고 싶기 때문에 세금계산서도 발행하지 않은 상태로 자산항목에 넣을 수 있는 미청구공사계정을 부풀리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 계정이 총자산의 43%나 되고, 연간 매출액의 70% 가량 되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간과했던 회수보류채권, 미청구공사, 자회사관련 채권, 지급보증 등의 리스크를 발견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이를 경고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 개인 투자자가 대우조선해양의 위험성에 대해 이 정도로 강하게 경고할 정도면 애널리스트가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에도 영업이익 컨센서스인 1132억원을 무시한 400억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냈다. 이미 경고음이 켜졌지만 상당수 애널리스트는 실적악화의 주요인이었던 '대손충당금' 부문은 회사의 내부회계 자료이기 때문에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쯤 되니 소위 증시 전문가라는 애널리스트가 개인투자자보다 못하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듯 싶다.

올 들어 금융당국은 리서치의 '매도' 보고서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증권사별 비율을 공시키로 했다. 이른바 장밋빛 보고서를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애널리스트들은 해당 기업에 눈치를 봐야하는 구조적 한계를 내세우며 적극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 대우조선 사태를 경험한 개인투자자들이 이같은 주장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매도 보고서가 턱없이 부족한 배경이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애널리스트들의 자질 문제인지부터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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