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상업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은행
공공성. 상업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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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부자고객잡기’가 한창이다.

초기 단계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 각 은행의 PB사업은 점점 더 다양화된 서비스로 재무장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에 많은 기여를 하는 고객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시선도 늘고 있다.

은행의 공공성은 점점 줄어들고 상업적인 측면만 거대화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실제로 은행이 말하는 것만큼 부자고객들이 은행에 가져다 주는 이익이 많은 것도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상반되는 의견이 부딪치는 가운데 무엇보다 가장 서운함을 느끼는 쪽은 서민고객들이다.

지금까지 은행은 모든 고객들에게 차별없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쉬운 예로더운 여름 은행에 들어가 잠시 땀을 식히고 책까지 보다가 나와 본 경험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은행의 공공성이 강조되는 측면이다.

그러나 최근 은행들이 업무의 강도나 금액에 따라 차별화 된 창구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창구의 긴 의자를 치워 ATM 기기만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 간단히 업무만 보고 가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많은 금액을 예치하거나 투자하는 고객에게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는 물론이고 문화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들은 은행 방문시에도 세련된 인테리어로 꾸며진 쾌적한 장소에서 서비스를 받는다. 이렇게 당연하게 여겼던 은행 서비스가 사라지고 PB센터에서만 제공된다면 많은 서민 고객들
이 서운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은행만을 탓할 수는 없기에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가 은행을 좌지우지하던 시절은 지났다.

은행 역시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은행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은행들이 유난히 ‘정’ 에 약하다고 말한다. 이 ‘정’ 은 은행의 공공성과도 연결된다.

10억을 가진 기업이 2억만 더 있으면 사는데 2억을 빌려 주는 것이 낫지 않냐 하는 것이 우리나라 은행이다.

반면 외국 은행은 2억을 빌려주면서까지 억지로 한 기업을 살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는 외국 은행과 국내 은행의 큰 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시대에 국내 은행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연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우리 나라 은행들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내 은행 고유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희망해 본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볼 문제이기도 하다.
 
박후정기자 freejuli@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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