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입차 연비 조정 해프닝
[기자수첩] 수입차 연비 조정 해프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지난 13일 자동차 업계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부 수입차 업체가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몇몇 디젤 모델의 연비를 기존보다 낮춰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의 연비 검증을 의식해 각 업체가 보수적으로 낮춰 신고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이를 두고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실 이들은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 6' 대응 디젤 엔진을 채택하거나 파워트레인 일체를 바꾼 신차를 출시하면서 재측정한 연비를 신고한 것이었다.

실제로 문제가 지적된 골프 1.6 TDI 블루모션은 유로 6 기반의 신규 엔진으로 변경하면서 신고 연비가 이달 기존 18.9km/ℓ에서 16.1km/ℓ로 바뀌었다. BMW 118d도 지난 6월 파워트레인을 바꾼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공인 연비도 수정됐다.

이를 '수입차의 눈치보기'로 해석할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엔진이 달라지면서 이전보다 연비가 낮아진 이유를 물었어야 한다. 한편으로 전문가들은 '유로 6 모델=연비 향상'으로 일반화 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질소산화물(NOx) 배출 기준이 엄격한 유로 6에 맞추기 위해 엔진 성능 자체를 바꿀 수도 있지만, DPF(Diesel Particulate Filters) 등의 장치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함께 뭇매를 맞은 푸조 308 1.6의 경우는 더 황당하다. 뉴 308 1.6은 기존 모델보다 배기량만 같을 뿐 MCP 변속기를 6단 자동변속기로 바꾸고 플랫폼, 내외관까지 모두 변경된 완전 신차였기 때문이다. 차량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이런 해프닝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주행 성능 못지 않게 연비가 차량 선택의 중요한 잣대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가 자기인증적합조사를 통해 일부 차량의 '연비 부풀리기'를 지적하면서 소비자들은 공인 연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연비는 차량의 공차 중량, 타이어, 공기 저항 계수 뿐 아니라 운전 습관과 주행 환경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차량의 연비 향상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이를 일정 값으로 표기하는 데에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다. 다만 정부의 연비 측정법을 실제 주행에 가깝게 바꾸는 과정에서 홍역을 치르더라도, 이번 해프닝처럼 잘못된 정보와 오해로 오히려 소비자 혼선을 키우는 일은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