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증요법에 속병 앓는 한국경제
대증요법에 속병 앓는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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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그리스사태 만으로도 세계경제가 뒤숭숭하다보니 수출위주 경제체제를 갖고 있는 한국이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에 빠질 우려를 안고 있다. 그동안 거듭 개선의 필요성이 강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수기반이 취약한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의 변화에 다른 나라보다 더 민감할 수밖에 없으니 걱정스러운 정도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하다.

더욱이 그리스 사태는 유로존 전체에도 어쩔 수없이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고 한`유럽 FTA 체결을 계기로 미국, 중국에 이은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떠오르기를 기대하던 한국기업들에겐 또 하나의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 됐다.

그런데 요즘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떠올랐던 중국 경제 상황이 또 매우 불길하다. 중국경제의 거품붕괴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거품 붕괴 직전인 1990년 일본과 매우 흡사하다” “증시가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는 등의 경고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벌써 경기둔화로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산업구조가 내수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공무역 비중이 감소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따라서 대중국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한국산 중간재들의 수출이 다른 여느 상품보다 큰 타격을 받게 생겼다.

중국 진출기업들 또한 이런 중국시장의 변화로 이미 속앓이를 시작한지 꽤 됐다. 값싼 노동력만 보고 진출했던 기업들의 먼저 타격을 받기 시작했지만 중국의 넓은 시장을 보고 진출했던 기업들 또한 경기부진으로 붕괴위험론까지 나오는 중국시장에서의 사업이 여의치 않다.

게다가 중국기업들의 빠른 기술개발과 더불어 수출시장에서의 강력한 경쟁로 떠오르고 있어 그동안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게을렀던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일본의 지속적인 엔저정책으로 일본기업들과는 기술경쟁을 넘어 가격경쟁까지 벌이며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진 새로운 경쟁국면을 맞고 있다. 과거 중국의 가격경쟁력과 일본의 기술경쟁력 틈새에서 고전하던 넛크래커 상황이 역(逆) 넛크래커 상황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한국기업들은 가격경쟁력도, 기술경쟁력도 다 잃어 한국경제 전반의 활력을 되살리기 어려운 처지로 전락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의 이면에는 그동안 정부의 집중적 지원에 너무 오래 길들여져서 정부 지원을 더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투자 사보타지를 벌이던 기업들이 스스로 제 꾀에 넘어간 것일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또다시 기업인 특별사면을 통해 기업에 러브콜을 보낼 모양이니 일단 정부와의 힘겨루기에서는 기업들이 승리를 거둔 것일지 모르지만 기업들이 경쟁해야 할 상대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세계의 여러 기업들이다.

정부가 기업들에게 힘으로 끌려간다고 이미 투자시기를 놓친 기업들이 한국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이즈음 상황이다. 정상적인 산업활동을 통해 기업을 키우기보다 금융투기를 통한 기업 오너들의 치부에 더 관심을 쏟고 있는 현재 한국의 기업인 정신으로 정부 투자가 제대로 선순환을 할 거라는 기대를 갖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지금 두 손 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기가 둔화될 때 정부가 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푸는 자체는 필요하다.

문제는 정부 지원금으로 효율적 투자를 하는 대신 정권의 정치적 생색내기를 도와주고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집권당의 동반자가 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라는 점이다.

청년취업률을 높이는 데 협조하면서 그렇다고 전체 고용비용을 늘리지는 않는 방식으로 생산활동은 현상을 유지하는 데 그칠 경우 정부 지원금이 오히려 한국경제의 미래를 갉아먹는 독으로 작용할 위험성도 커진다.

이미 한국경제는 금리를 내려도 주식시장은 별로 움직이지 않는 정도의 경색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현재의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효과가 고작해야 이미 노화된 세포에 영양주사 한 방 놓는 것 이상은 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되는 지점이다.

이제까지의 정부 대 기업 관계에 대한 정부 관료들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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