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협상 타결…건설업계 '가뭄 속 단비' 될까?
이란 핵 협상 타결…건설업계 '가뭄 속 단비' 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제재 이전 4대 해외시장…발주 증가 기대
"본격 제재 해제 등 시간 필요"…신중론도 부각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13년 만에 이란 핵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저유가로 해외일감 확보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내 건설업계에 '가뭄 속 단비'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란은 국내 건설업계의 전체 국가별 수주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다. 1975년 현대건설(동원 훈련 조선소 공사)과 대림산업(이스파한 군용시설 공사)이 이란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국내 건설업체가 이 지역에서 수주한 공사는 91건 총 120억달러에 달한다.

중동의 주요 발주국가였던 이란은 2006년 유엔 안보리가 핵 개발과 관련된 개인 및 기업에 해외자산동결 제재를 가하면서 공사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0년 美, 英, 佛 등 서방 6개국의 광범위한 경제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실적도 급감했다. 실제 지난해 국내 건설업체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는 949만달러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이란의 경제제재가 풀릴 경우 쪼그라들었던 공사 발주가 장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기대하고 있다. 과거 이란의 연간 발주 예산은 300억~400억달러 규모였지만, 대부분 지연되거나 취소된 상태다. 2009년 사우스파 가스플랜트를 제외하면 신규 발주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해건협 관계자는 "국내 건설수주 기준으로 이란은 2000년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이라크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며 "이번 핵 협상 타결로 이란의 인프라 및 에너지 건설시장이 개방되면 다소 침체된 중동 건설시장에도 활력이 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송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란의 원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은 각각 세계 3위와 2위지만 생산량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에너지 생산량을 증대시키기 위한 시설이 필요해 건설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란의 인당 GDP는 4983달러에 불과해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건설투자가 증가할 전망이다. 인구는 8000만명이고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8배에 달해 건설시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IBK 측이 추정한 이란 건설시장은 2015년 299달러에서 2019년 582억달러로 연 평균 19% 성장할 전망이다. BMI가 전망한 이란 건설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가져올 수 있는 비중을 가정하고 기업별 점유율을 적용, 산출해 분석한 수치다.

향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2009년 수준인 약 10%까지 수주할 수 있게 된다면 2016년에는 36억달러, 2017년 44억달러, 2018년 52억달러, 2019년 58억달러의 신규 수주가 예상된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해외수주의 약 5%에 해당되는 수치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단/지연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다량 대기하고 있는데다 경제제재 전 발주됐던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오일·가스 생산 프로젝트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경쟁력이 높았던 만큼 이란 건설 발주가 재개된다면 국내 대형사들의 전반적인 수혜가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대 이상의 주택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종의 부진을 이끌었던 '해외 저상장' 리스크를 축소하는 기회라고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란은 다른 중동국가와 달리 정치적으로 안정돼 이번 핵 협상 타결로 경제제재가 해제된다면 빠른 속도로 경제를 회복할 것"이라며 "이란은 인구가 8000만명으로 자체 소비시장 규모도 큰데다 원유수출 확대로 재정수입이 늘면 석유정제 플랜트와 SOC 등 공사발주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근 해외수주가 부진한 국내 건설사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오랜 경제제재로 이란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발주계획 수립에 필요한 기간을 감안하면 이 지역에서의 수주실적이 당장 늘어나진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대두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군 시설 사찰이 끝나는 내년 이후에나 경제제재가 풀릴 것으로 보여 핵 협상에 따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경제제재 이전의 원유생산량을 회복할 경우 추가 유가하락으로 중동 발주시장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간 이어진 경제제재로 이란 정부의 재정여건이 악화된 상황"이라며 "이란 경제가 정상화된 이후에나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발주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란이 원유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경우 유가가 더 하락할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중동 산유국들의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줄어들 수도 있는 만큼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재원 형태가 불안정해 제 때 기성을 돌려받을 수 있을 지가 의문"이라며 "유동성 측면에서 문제 발생 소지가 큰 만큼 기업은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밖에 이란에서의 수주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유럽 및 일본 등 해외 선진업체들이 이란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후발주자인 인도와 중국업체들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추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제제 해제 국면에 접어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중으로 가능성을 점검하면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