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반대 권고…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미궁속으로'
ISS 반대 권고…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미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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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앞두고 난관에 봉착했다.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신뢰하는 美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양사 합병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서를 내놨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삼성물산 주주 목록에는 블랙록, 디멘셔널, 뱅가드, 노르웨이중앙은행 투자운용그룹, 피델리티, 슈로더, APG(네덜란드연기금)운용, 퀘백주립투자공사(캐나다), 미국 교직원퇴직연금기금, 캐나다 연기금(CPPIB), 스웨덴 국가연기금펀드(AP) 등이 포함되며 이들의 지분율은 각각 0.1~2%대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아프리카 콩고에 있는 광산에 투자한다면 글로벌 자문기관의 의견서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다. 해외 기관투자가들 역시 한국 기업의 사정을 면밀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ISS의 입김이 막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SS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지나치게 낙관적"

ISS는 3일 발표한 의견서를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현저히 불리(Significantly Disadvantages)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0.95 대 1이 적정하다"며 "0.35 대 1인 현행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주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삼성물산의 주식가치를 심각하게 저평가한 합병비율"이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재산 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해왔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모인 온라인커뮤니티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에서도 대다수의 주주들이 합병비율에 불만을 표한 바 있다.

ISS는 "('통합' 삼성물산의) 잠재적 시너지가 (삼성물산 주식 가치의) 저평가의 이유는 될 수 없다"며 "합병을 통한 매출 목표가 지나치게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경영진이 발표한 '통합' 삼성물산의 사업방향을 언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일모직은 지난달 30일 'CEO 기업설명회(IR)'를 열고 합병 법인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ISS의 합병 반대 권고 발표 후 즉각 유감을 표했다. 회사는 ISS 의견서 내용에 대해 "경영환경이나  합병의 당위성과 기대효과 그리고 해외 헤지펀드의 근본적인 의도 등 중요한 사안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은 외부전문기관의  세밀한 실사와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시너지와 신성장동력을 통한 지속 성장과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법한 합병이라는 것은 지난 1일 엘리엇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이 기각 처분을 받으면서 확인됐다는 것.

삼성물산은 이어 "이번 합병이 기업과 주주에게 모두 이로우며 무엇보다 궁긍적으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것임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합병을 원활하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자사주처분금지 가처분 결과에 '촉각'

핵심 변수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에 제기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다. 법원은 주총이 열리는 17일 직전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엘리엇은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한 뒤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것은 물론 삼성물산 이사회가 '우군(友軍)'인 KCC에 자사주 전량을 (899만주·지분율 5.76%)를 매각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만약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 삼성물산 이사회의 자사주 처분을 금지하면 KCC로 넘긴 자사주 5.76%의 의결권 행사가 차단된다. 1%의 지분도 아쉬운 상황에서 5.76% 지분이 힘을 잃는 셈이다.

국민연금의 결정도 막판 변수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해 합병 성사를 좌우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삼성의 확실한 우호 지분율은 자사주를 인수한 KCC를 포함하더라도 20%에 못 미친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맞이하면 30%에 달하는 우호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1조원 상당의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합병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불거진 외국계 헤지펀드의 삼성 공격이 '국익'(國益)과 관련된다는 지적도 국민연금으로선 적잖은 부담 요인이다.

국민연금 외에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제일모직 지분을 함께 보유한 경우가 많아 합병 찬성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편, 엘리엇은 이날 ISS 의견서 발표 후 "우리의 우려를 명확하게 입증한 ISS의 권고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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