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깜깜이' 시내면세점 평가
[기자수첩] '깜깜이' 시내면세점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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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쟁쟁하다. 국내 내로라하는 유통 기업들의 총성 없는 면세점 특허 전쟁이 종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특히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신청에 참여한 8개(신청법인 7개) 대기업은 사활을 걸겠다는 결연함마저 엿보인다. 침체된 내수경기 속에서 면세점만이 기업의 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워낙 쟁쟁한 기업들이 참여하다보니 세간의 관심만큼이나 여러 논란거리가 불거지고 있다. 관세청의 평가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관세청은 크게 5가지 평가범주를 정하고 그 안에 총 33가지 등의 세부평가 항목을 제시했다. 얼핏 보면 꼼꼼해 보이지만 평가 모체에 오류가 생기면서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은 '운영인의 경영 능력'이라는 평가에 가장 높은 배점인 300점을 부여했다. 기업들의 신용평가등급은 물론 부채비율 등을 평가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기존 실적이 존재하고 단일 법인인 롯데와 한화, SK만이 동등한 위치에서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

신규법인을 만들어 실적이 없는 '신세계DF'는 모기업의 경영실적을 토대로 평가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현대백화점과 모두투어네트워크, 엔타스듀티프리, 현대아산 등의 합작법인인 현대DF의 평가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 것일까.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공동출자한 HDC신라면세점 또한 마찬가지다. 두 기업이 50%씩 자본을 내놓았다. 평가를 위해 경영실적을 제출해야 한다면 당연히 두 기업 중 유리한 실적을 제출 했을 것이다.

또 재무제표를 별도로 볼 것인지 연결기준으로 할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8개 대기업의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현대백화점이 42.3%로 가장 낮다. 하지만 연결기준으로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43.9%로 가장 유리하다.

그나마 대기업 부분은 양호한 편이다. 중소·중견기업 입찰은 14개 신청법인 중 9개가 합작법인이다. 대기업들은 역량강화를 위해 합작법인을 선택했다면 중소·중견기업들은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해 합작법인을 선택했다. 중견기업 이상의 역량을 가진 파라다이스글로벌과 유진기업, 면세점 운영 경험이 있는 중원면세점과 그랜드관광호텔 등이 단일기업으로 출사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평가기준 논란에 대해 관세청은 일절 함구하고 있다. 단지 선발된 심사위원이 세부심사계획을 세워 공정한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점수 또한 각 기업의 총점만 공개한다.

결국 관세청의 '깜깜이' 평가 논란은 일부 기업들의 불필요한 여론전과 함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합작법인의 평가기준을 명확히 공개하거나 적어도 5개 평가범주에 대한 15명 심사위원의 평균 점수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쟁탈전이 투명성을 담보한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할지, 아니면 가림막 뒤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지는 온전히 관세청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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