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금리 인하 가시적 효과 없다'
금융권 '금리 인하 가시적 효과 없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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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리스크 회복 시급…은행 예금금리 인하 '난색'
물가 상승, 부동산 투기 조장 등 부작용 우려

최근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콜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정작 금융권은 가시적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콜금리 인하가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를 보여 줄 수는 있지만 기업 설비 투자 확대 등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 이라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SK글로벌 분식회계, 카드채 부실 등으로 촉발된 기업 및 개인 고객의 신용 리스크 증대가 금융 시장 경색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콜금리 인하가 곧바로 기업 및 개인 대출 확대로 이어질 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채권 시장 수급이 다소 안정세를 보인 점, 낮은 실세금리 수준 등을 감안하면 콜금리 인하 효과가 이미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상징 적인 의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리스크 회복이 급선무

시중 은행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 및 증권 보험사들이 올해 들어 기업 부실 우려가 현실화 되면서 충당금 적립 부담이 대폭 늘었다”며 “이러한 신용 리스크 증대는 기업 및 개인 부실화 정도를 가늠하는 예정 손실률을 대폭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현재 보수적인 자산 운용 전략을 펴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신용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 콜금리 인하로 기업 설비 투자 등이 빠른 시간에 활성화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이 SK글로벌 추가 부실 우려, 정부의 카드채 대책에 믿음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용 리스크 확대는 은행의 예대 금리 인하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콜금리 인하 효과가 은행 등 타 금융기관의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용 리스크 증대로 돈을 굴릴 때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금리를 내릴 경우 시중 자금이 대거 유입, 역마진 리스크가 확대 될 수 밖에 없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리 인하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여 투자가 되 살아 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금융기관은 이번 금리 인하에 이어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시장 반영돼 부작용 우려

최근 금융 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콜금리 인하 효과가 이미 반영돼 있다는 지적이다. 교보증권 한 관계자는 “5월 들어 채권 시장의 수급상황이 안정세를 되 찾을 것이다”며 “채권 시장의 잠재 불안 요인인 카드채 부실 문제를 제외하면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실제로 채권수익율은 지난 3월 SK글로벌 사태 직후 5%를 넘어섰지만 지난달 29일에는 4.52%까지 떨어졌다. 최근 채권 거래가 소폭 늘면서 회사채가 정상적인 가격을 되 찾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채권시장에서 시중 자금이 국공채 등에 몰리면서 장단기 금리 차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낮은 수준의 실세금리(3년 만기 국공채)를 감안하면 초단기 자금인 콜금리 인하가 장단기 금리 차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 한 전문가는 “은행 예금 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 인데다 회사채 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해 콜금리 인하가 시중 금리에 곧바로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실질적인 투자 확대 효과 없이 오히려 물가 상승, 부동산 투기 과열을 조장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학교수 및 민간 연구 단체에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물가 불안 요소는 여전히 상존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빠져 나간 시중 자금이 단기적으로 실물 경제나 부동산 시장에 몰릴 경우 투기 현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물론 정부 부처 일각에서도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 금리 인하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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