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플팬과 미펀(米粉),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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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장맛비가 쏟아지다가 잠시 멈춘 이른 아침의 서울 명동 거리.

천천히 쇼 윈도우의 막이 올라가고 불이 켜진 매장 안에서는 반짝반짝 조명을 받은 '애플워치'가 누군가의 손목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애플워치를 사기 위해 새벽 첫 차를 타고 달려왔거나 인근 호텔에 하루를 머문 열혈 '애플팬'들의 눈빛도 덩달아 반짝였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반복되는 밤샘 행렬은 여전히 낯설다.

물론 올해는 메르스 여파와 장맛비를 고려해 전날 저녁 미리 구매 순서표를 나눠줬지만 지난해 '아이폰6' 출시 때만 하더라도 밤을 새서 기다린 사람들을 300여명이나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같은 행렬은 국내뿐 아니라 애플 제품 출시일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 애플스토어 앞에서 반복되는 진풍경이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일에 '밤샘 행렬'이 있다면 중국 샤오미는 '완판 기록' 갈아치우기에 여념이 없다. 샤오미 제품을 사랑하는 샤오미 팬(Mi fan), 일명 '미펀(米粉)'이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펀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직접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내놓는 제품마다 인기 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엔 열성팬들의 아낌없는 성원이 자리해있다.

시간을 두 달 전으로 돌려보자. 삼성전자의 '갤럭시S6' 발매일 아침은 지나칠(?) 정도로 평온했다.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와 선두를 다투는 갤럭시 시리즈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기대는 높았지만 제품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거나 밤을 새는 이들은 없었다.

일부 국가에선 현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전략으로 밤샘 행렬이 이어졌지만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영향권에 있는 국내에선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물론 첫 날 밤을 새서 기다리는 이들 없이도 갤럭시S6는 세계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 중 하나다. 다만 스마트폰 업체간 기술과 디자인의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는 상황에서 '든든한 우군'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갤럭시를 쓰다가 언제든 아이폰으로 갈아탈 수 있는 고객이 아닌, 갤럭시에서 갤럭시로의 이동을 고집하는 충성도 높은 '삼성팬'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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