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엘리엇 분쟁은 國益 문제, 국민연금 판단 중요"
"삼성-엘리엇 분쟁은 國益 문제, 국민연금 판단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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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가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지은기자)

25일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 정책' 토론회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이번 일이 주주들 간 사익(私益)을 둘러싼 분쟁처럼 다뤄지고 있지만 사실은 국익(國益)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특히 국민연금이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이기 때문에 이러한 판단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25일 서울 종로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보수성향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 정책'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삼성과 엘리엇의 대결로 비춰지고 있는 현 상황을 국익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 특히 국민연금이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이기 때문에 이러한 판단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발제에서 "엘리엇이 해외에서 큰 돈을 번 여러 가지 사례들은 '알박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삼성물산의 주주명부에 등재되지도 않았는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 물밑 작업이 진행되던 올 3월부터 주식을 매집했다"며 이를 전형적인 알박기 행태로 규정했다.

엘리엇이 주장하고 있는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신 교수는 엘리엇의 합병 제동에 대해 "시장가격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때에는 누가 시장 가격을 조작하는 것인지 살펴보면 된다"며 "행동주의 펀드들이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이야기는 자신들의 '행동'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엘리엇이 자신들의 주장을 소액주주들에게 알리는 등 일련의 행동을 보인 것은 '포퓰리즘을 활용한 이익추구'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안재욱 경희대 교수의 사회로 신 교수의 발제, 오정근 건국대 교수, 정승일 사민저널 기획위원장,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분쟁에 비춰볼 때 우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 환경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것에 의견을 함께했다. 현행 국내 법 체제가 기업들의 경영권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경영권 승계에 가장 비우호적인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며 "이는 강력한 반(反)재벌 정서와 이상향적 기업관, 이상주의적인 경제 민주화 논리가 결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정근 교수도 "제도적 결함과 반기업적 정서에 편승해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한 투기자본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며 "소액주주 보호는 지배구조개선 차원에서 개선해나가야지 두 얼굴을 한 투기자본의 힘을 빌리다 막대한 국부를 유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교수 역시 기업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내 법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2000년 이후 다수의 헷지펀드가 한국 기업을 난타했음에도 아직까지 우리 법률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며 "감사 선임에 있어 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로 제한한다는 이상한 규정은 고집하면서도 미국과 일본이 모두 인정하는 차등의결권 제도나 포이즌 필은 허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포이즌 필이란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해 적대적 M&A 시도자의 지분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정승일 사민저널 기획위원장은 "편법적 경영권 상속과 기업사냥꾼의 기업 약탈을 모두 막는 것이 경제정의"라며 "총수일가의 편법·불법을 엄중히 처벌하는 동시에 한국 최대 우량기업이 국제 기업사냥꾼에게 약탈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한 경제정의"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단기적 재무적 투자자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기업에 허용해 합병 효율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조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다툼은 결국 합병기업의 성장성에 달려 있고 시너지가 크게 발생한다면 합병기업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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