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서울시, 한전부지 개발 사전협상…막판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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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채납 용도 놓고 서울시-강남구 '갈등'

▲ '한국전력 이전부지 개발' 조감도 (자료=서울시)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해 사들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이전부지 개발방향을 두고 서울시와 본격적인 사전협상에 착수한다. 관건은 공공기여(기부채납) 규모와 용처다.

23일 시는 현대차가 '한전부지 개발구상 및 사전협상 제안서'를 보완, 제출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사전협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시 도시재생본부장과 현대차 신사옥추진사업단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만나 사전협상을 조율할 예정이다.

김용학 시 동남권공공개발추진반장은 "지난 1월30일 현대차에서 최초 제안서를 제출한 뒤 실무적인 검토 등을 거쳐 제안서의 형식적인 요건 등이 보완됐고 지난 11일 최종 보완된 제안서가 제출됨에 따라 본격 사전협상에 착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제안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한전 부지에 지상 115층(높이 571m, 용적률 799%)짜리 사옥을 포함한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를 짓겠다는 당초 계획을 유지했다. 이는 현재 국내 초고층으로 건축 중인 잠실 롯데월드타워보다 16m 높은 국내 최고층 규모다.

세부적으로는 △통합사옥 △전시·컨벤션센터 △공연장 △숙박시설 △판매시설 △업무시설 △전망대 등이 포함된다.

현대차는 제안서를 통해 이번 사업 목적을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을 통한 서울의 도시경쟁력 강화'로 제시하면서 GBC 건설과 운영을 통해 총 262조6000억원의 생산 유발과 132만4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제출된 제안서는 유관부서·기관 협의·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협상조정협의회 등에서 검토와 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시는 강남구를 포함해 유관부서와 기관 협의에 착수했으며 도시계획·건축위원회의 자문과 보고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내부조직으로 협상정책회의와 실무 TF도 운영된다. 이들 기구는 협상방향 결정과 실무검토 등을 수행하는데, 시 실국본부와 강남구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제원 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국제교류복합지구 핵심사업인 한전 부지 개발이 조속히 이뤄진다면 주변의 민간·공공사업도 속도를 낼 것"이라며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현대차와 협의하겠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오는 9월25일 부지 매입액(10조5500억원) 가운데 나머지 분납금을 완납하고 최종 소유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GBC의 구체적인 디자인도 확정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말 시행한 GBC 기초설계 공모에 14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이 중 3개 업체가 최종 후보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부채납을 둘러싸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았다.

일단 시는 오는 10월까지 현대차와 한전 부지 개발계획에 대한 사전협상을 끝내고 본격적인 부지 감정평가에 착수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부지 용도지역 변경과 현대차가 제시한 115층 사옥 건축안 등의 개발계획을 결정하고 한전 부지의 실제 가치를 다시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부지의 감정평가액에 따라 기부채납 규모가 바뀔 수 있는데, 최근 1년 동안 평가 주체에 따라 1조원 넘게 가격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이 부지의 지난해 개별공시지가는 약 1조5456억원(㎡당 1948만원)이지만 한전이 같은 해 8월 실시한 감정평가액은 3조3346억원으로 2배 넘게 치솟았다. 시 개발계획대로 부지 용도가 주거에서 상업지역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가치 상승분을 미리 반영한 것이다. 현재 이 부지의 96%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고 나머지 4%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이뤄졌다.

또한 국토교통부가 2월24일 발표한 표준지 공시가격의 경우 2조470억원(㎡당 2580만원)으로, 전년대비 32.4% 상승했지만, 이 역시 용도지역 변경을 고려하지 않아 여전히 한전의 자체 감정가보다 1조원 이상 낮다.

때문에 이번 재감정평가에 따라 기부채납액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시는 부지 종상향을 하는 대신 전체 부지 또는 부지 감정평가액의 36.75%를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7030억원 수준이다.

이를 위해 시는 대형 감정평가법인 2곳 이상이 평가한 평균 금액을 새 감정평가액에 반영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감정가를 섣불리 추산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감정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부지를 사들인 뒤 개발 여건이 크게 달라져 새 감정가가 변동될 수 있다"며 "강남권에서도 드문 초고층 건축물인 만큼 몸값과 임대료 등을 단순 비교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기부채납액의 용도를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사업에 한전 이전부지는 물론 송파구 잠실운동장 일대까지 포함돼 있어 강남구가 부지 개발에 따른 기부채납금을 강남구 외 지역에 사용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강남구 측은 "서울시가 68만 강남구민의 의견을 묵살한 채 국제교류복합지구에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을 포함하는 개발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범구민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법률 소송단을 구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시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비용 등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부지 개발에 따른 기부채납금을 기반시설이 양호한 강남구에만 집중 투입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이라는 큰 틀에서 기부채납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9월18일 현대차는 감정가 3조3346억원, 7만9341㎡ 규모의 한전 부지를 입찰가격 10조5500억원에 낙찰 받았고 오는 2020년까지 해당 부지에 그룹 본사와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등이 모여 있는 GBC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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