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닥 분리라는 '무모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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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최근 코스닥 분리안을 비롯한 한국거래소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금융당국과 업계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17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현재 거래소 시장은 세계의 변화 흐름에 뒤쳐져있고, 경쟁력과 역동성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코스닥을 분리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데서 촉발됐다. 찬성론자들도 스타트업기업과 벤처캐피탈(VC)들의 상장 및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을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분리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거의 없는 반면, 무분별한 상장 허용에 따른 '벤처거품'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던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며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이같은 대치 상황을 반영하듯 전날 한국증권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코스닥 발전 방향 심포지엄'에서는 참가자간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단 현재로서는 정부의 구체적인 안이 도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코스닥 분리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내 주식시장의 기본을 뿌리채 바꾸는 작업이 다소 성급히 추진되고 있다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코스닥 분리안을 둘러싸고 일부 벤처기업 관계자들과 연합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성과를 단기간에 내기 위해서는 벤처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많이 들어와야 한다는 주장과 맥을 함께 한다.

전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연구위원도 "특별한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잘 나가는 코스닥시장을 분리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며 "코스닥을 별도로 분리해야 창조경제가 가시적으로 보이는 게 있을 것 같다는 등의 말들이 들리곤 한다"고 언급했다.

사실 이번 논란은 연초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되면서부터 예견됐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말 금융위가 거래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위해 주주총회에서 경영평가, 예산, 인사권 등 각종 경영권을 허가받도록 정관을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최근 거래소와 주주인 증권사들의 의견은 뒤로 한 채 코스닥 분리를 밀어부치면서 '차라리 다시 공공기관으로 돌려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화투자증권이 전날 처음으로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코스닥 분리 방안을 비롯한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금융당국 대신 주주인 증권사가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한화투자증권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다시 논의하자'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논의되고 있는 거래소의 상장과 조직개편이 기존 주주의 권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지분도 갖고 있지 않은 주체들에 의해 주도되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코스닥 분리를 놓고 '무모한 실험'이라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거래소 주주인 증권사들이 하나 둘 제 목소리를 내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거래소 주주로서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과의 접점에 있는 증권사들이 그간 방관자적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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