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종식 이후를 대비하라
메르스 종식 이후를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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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첫 발생 후 한 달이 지난 메르스(MERS :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아직도 신규 감염자가 나오며 쉬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동네 의원급 병원에서 감염된 4차 감염자도 나오고 감염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들마저 집단 감염하는 일이 발생하며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형세다.

그 때문인지 지금 한국사회는 다른 부문이 마치 움직임을 멈춘 듯 각종 미디어의 뉴스는 물론 대중들의 만남도 줄고 웬만한 소통은 SNS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그 때의 인사말도 메르스로 시작하는 지경이 됐다. 그 틈새로 새록새록 각종 음모론이 새어나오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멀쩡한 문명국가에서 어쩌다 이런 전염병 하나 제대로 관리를 못해서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나아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으니 정부는 정부대로 그로 인한 경기침몰 우려에 전전긍긍하지만 대중들은 허둥지둥하며 발표는 쏟아내는 데 하루 이틀이면 정부의 해명이 뒤집어지는 사태가 반복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두고 정부 불신이 커지게 된 것이다.

필자가 사는 동네는 강북의 변두리 지역이지만 전철 노선 덕분에 강남 출퇴근자도 적잖은 동네인데다 어린이, 청소년, 노인 등 질병에 취약한 연령대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기는 해도 그동안 메르스 사태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듯했다. 그저 미디어를 통해서만 듣고 걱정하던 이 동네에서도 드디어 확진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하천변 산책객마저 줄어들었다.

백화점, 대형마트는 물론 재래시장에도 장보는 사람들이 확연히 줄어든 것이 단지 더위 때문인지, 메르스 염려 때문인지, 혹은 경기침체 때문인지 애매하다. 분명한 것은 지난해 여름에 비해 쇼핑객들이 줄어든 정도가 눈에 금방 들어온다는 것이다.

메르스에 너무 호들갑 떤다고 비아냥대던 이들마저 외출에 몸을 사린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가 메르스에 다른 질병에 비해 유난히 호들갑스러울지도 모른다. 치사율이 매우 높다는 점도 걱정스럽지만 새로이 등장한 바이러스여서 더 겁을 먹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이 병에 대해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의학적 소견들이 별로 미덥지 않다고 여기는 심리 때문일 것이다. 발견 3년째인 새로이 등장한 바이러스인데다 치료 백신도 없는 데 정부 관계자들은 미디어를 통해 자신만만한 소리를 늘어놓지만 하루 이틀 후면 정부 발표를 비웃듯 설명을 뒤집는 일이 벌어지니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져있는 게 아닌가 싶다. 마치 유령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과학적 근거를 들이대며 설명해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해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지금의 이런 현상을 극복하고 더 이상의 감염자 및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이번 사태를 야기한 책임을 의료진에만 떠넘기고 괜히 아는 체나 하는 정부 시스템에 대해서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세월호 사태가 발생하고 1년 내내 재난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만 떨었지 또 한 번의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 발짝도 더 나아간 게 없는 정부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기대하지 않고는 발전을 도모할 수도 없는 사안이니 의료계는 물론이고 각 관계분야에서 정부에 정말 간곡한 제안들을 쏟아내야만 한다. 필요하면 압력도 행사해야 한다. 세월호에 이은 메르스 방역망의 허점을 또다시 반복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오늘쯤이 정점이라 해도 이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려면 40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환자가 완치되고 나서 28일이 지나도록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사태 종식이라니까. 따라서 메르스 사태가 아직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곧 정점을 찍지 않을까 싶으니 이제부터라도 이후 정부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각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의견을 쏟아내야 한다. 어이없는 국가 재난대응시스템을 사회 각 부문에서 모두 들고 일어나 재정비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그동안 선진국 진입의 꿈을 제시하며 정부가 그려내던 각종 장밋빛 청사진들이 다 헛된 말장난이었음을 확인하는 일이 될 뿐이다.

세월호 이후 나온 대책들이 메르스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현상은 마치 수학문제를 이해는 못한채 외워서 답안지만 메우던 학생이 살짝 응용한 문제에는 손을 못 대는 모습과 흡사하다. 이에 필자는 먼저 정말 창의적인 민간의 정책대안들을 겸허히 수렴하는 정부 관료들의 자세 변화부터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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