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속 불황?…부동산시장도 '메르스 유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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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본주택 줄줄이 연기…수익형부동산 등 인기 여전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부동산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중동호흡기질환(MERS·메르스) 확산으로 연초부터 불 붙었던 시장이 제대로 찬물을 맞은 가운데 정부의 금리 인하 발표로 수익형 부동산에는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금리 인하 발표 호재로 부동산시장에는 거래 증가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소형 서민 아파트가 많은 곳에서는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이 가속화되고 오피스텔 등 일부 수익형 부동산의 견본주택에는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

그러나 메르스 여파로 일부 지역은 새 아파트 분양 견본주택 개관이 취소되고 재건축 등 기존 주택시장은 문의가 다소 줄어들면서 금리 인하 호재가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에는 당장 금리 인하 호재보다 메르스 악재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지난달 말 사업인가 조합원 총회 이후 문의전화가 줄면서 거래도 뜸해졌다.

개포동 N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말 총회 전까지 반짝 거래가 이뤄지면서 호가도 2000만~3000만원 올랐는데, 메르스가 유행하면서 지난주부터 중개업소로 찾아오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가격은 여전히 강보합세 수준이지만, 호가가 500만원 정도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리 인하가 호재이긴 하지만, 지금도 연 2%대 후반~3%대 초반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지난 3월 기준금리 인하 때보다는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며 "시중은행의 금리 추가 인하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실제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잠실 주공5단지 일대도 금리 인하로 인한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송파구 J공인 관계자는 "일부 수요자들은 금리 인하를 호재로 보고 매수를 결심하기도 하지만,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반대로 매수를 망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메르스 우려로 방문 손님도 줄었는데 곧 7~8월 여름 비수기도 맞물려 있어서 효과를 확신하기엔 아리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사진 = 서울파이낸스

그러나 실수요자가 많고 전세난이 심한 소형 아파트 밀집지역은 금리 인하 호재를 틈타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통상 6월은 여름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8~9월 이후 입주할 가을 이사 수요들이 전세 찾기에 나서면서 전세물건이 동났기 때문이다.

노원구 상계동 P공인 관계자는 "전세물건은 단지별로 1~2개에 그칠 정도로 매우 귀한데 찾는 사람은 꾸준하다"며 "전세를 못 구한 세입자들이 금리 인하 조치를 반기면서 매수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옥수동 H공인 관계자도 "당장 거래로 이어지진 않지만 시중은행 금리 인하 시점에 맞춰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전화문의를 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아파트 견본주택은 메르스 감염 우려로 방문객이 줄어들자 개관을 연기하는 곳이 늘고 있다. 당초 12일에 문을 열 예정이던 전국의 견본주택 4곳이 개관일을 미뤘다.

GS건설과 호반건설이 분양하는 부천 옥길지구 '자이'와 '호반베르디움' 아파트의 경우 부천시의 권고에 따라 견본주택 개관일이 당초 12일에서 19일 이후로 잠정 연기됐다.

호반건설은 일단 19일에 견본주택을 개관하되 손 세정제 구비와 마스크 지급 외에도 입구에 '소독게이트'를 설치, 감염 불안을 덜어줄 계획이다.

그러나 메르스 여파에도 최근 개관한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의 견본주택에는 방문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정부의 금리 인하 조치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우건설이 지난 12일 성남시 중원구에 개관한 '성남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오피스텔)' 견본주택에는 첫 날 7000여명이 방문한데 이어 주말까지 사흘간 2만2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선착순 방식으로 공급되다보니 견본주택 개관 전날인 11일 오후 5시부터 100여명이 견본주택 밖에 줄 서 대기하며 밤을 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기남 분양소장은 "성남 구도심 일대에 오피스텔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지역민은 물론, 위례·강남권 주민까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조치로 수익형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메르스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많이 몰렸다"라고 말했다.

상가시장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단지 내 상가의 평균 낙찰가율은 212%로, 전년동기대비 26%p 높아졌다. 총 16개 단지, 101개 점포(특별분양 제외, 신규 입찰 기준)가 공급됐고 유찰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예전 예금금리가 3%일 때 월세수익률이 6% 정도였는데, 현재 예금금리가 1%대로 낮아져 월세수익률이 5%만 나와도 예금 이자수익의 3배가 넘는다"며 "특히 은퇴시기가 다가오는 베이비붐 세대들의 고정수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몰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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